몬태나의 북쪽 1
에이프릴 스미스 지음, 안종설 옮김 / 김영사 / 1995년 6월
평점 :
절판


포장이 화려하고 그럴 듯 하다고 알맹이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살면서 내가 지혜로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가 가끔 있는데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을 때다. 그리고 이런 속임수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헐리우드다. 그리고 마약과 섹스,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정치다. 이 작품은 이런 모든 요소를 담담하게 포함하고 있다. 그들의 나라 미국이라는 곳의 화려한 포장지를 벗겨 보면 돈 때문에 권력과 매스컴을 이용하는 여배우와 그녀를 조종하는 매니저가 나오고, 그들에게 놀아나면서 공권력을 남용하는 FBI가 나오고, 희생양에게 돌을 던지는 것을 던지는 대중이 나오고, 단순한 인종차별자이기 때문에 딸의 유색인 남편을 살해한 경찰이 나오고, 자신의 부정을 목격한 유색인 가정부를 거짓말로 내쫓아 살해당하게 만든 여자가 나오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단적인 빈부의 차이로 등을 돌린 사람들이 나온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한 여배우를 약물 중독에 한 의사를 조사하는 거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줄거리고 실제적인 것은 주인공 아나가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단지 백인 여자로 자란 아나는 어느 날 전화를 받는다. 자신의 사촌이 살해당했다는. 그때부터 그녀는 자신이 백인이 아닌 아버지가 에콰도르 사람인 유색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인생에서 희망을 갖게 한다.

극단적인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재미가 있다거나 대단한 트릭과 쇼킹한 사건이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다. 역자의 서평만큼 의미가 있는 작품도 아니다. 1, 2권을 나뉜 책 중에 이렇게 1권의 진도가 안 나가는 작품도 처음 읽고, 2권에 대한 기대감 없이 읽은 책도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단순히 재미없다거나 별로라고 평가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잡고 놔주지 않는다. 이 작품에는 작가의 어떤 제스처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작가는 교묘하게 작품을 포장하거나 작품에 자신의 사상을 집어넣어 독자에게 자신의 사상을 무의식적으로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담담하다. 내가 이 작품에서 본 작가의 편견은 한 가지 뿐이었다. 스쳐 지나가면서 본 동남 아시아 여성을 무조건 필리핀 여자로 단정한 점과 그녀가 맨 핸드백을 가짜 구찌라고 말한 점이다. 그것이 작가가 글로 표현한 유일한 비논리였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출판된다면 읽어보고 싶다. 그러면 아마도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한 작품 가지고는 별 다섯 개라든가 박스로 강조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좀 지루하지만 음미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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