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을 찾아라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4
패트리셔 매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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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어떤 기본 되는 생각들이 있다. 그런 것을 상식이라고 말한다. 그 상식의 기준으로 볼 때 이 제목은 타당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상식으로는 탐정이 범인을 찾는 것이지 범인이 탐정을 찾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이 작품이 매력적인 것이다. 죄를 지은 범인이 자신을 잡으려고 등장한 탐정을 모른 채 많은 사람 중에 있을 탐정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남편을 살해한 아내가 남편이 탐정을 고용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어 탐정을 찾아야만 했다. 자신의 완전범죄를 위해서. 그래서 제목이 <탐정을 찾아라>다. 우리 나라에는 단 한 작품만 번역된 듯한 작가이지만 이 한 작품으로도 충분히 작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발상 자체가 기발한 점이 마음에 든다. 흔히 기존의 추리 소설은 범인을 찾는 내용이다. 어떤 작품도 범인이 탐정을 찾는 작품은 없다. 

기존의 탐정이 범인을 찾는 방법에서 탈피해 반대로 범인이 드러나지 않는 탐정을 찾는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다. 병든 남편을 죽이고 돈과 자유를 얻은 젊은 아내는 그러나 남편이 생전에 그런 일을 예측하고 탐정을 부른 사실을 뒤늦게 안다. 그래서 아내는 탐정을 찾기에 필사적이고 그러다 탐정으로 생각한 사람을 죽이는 오류를 범하고 만다.

범인의 범죄 심리를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범인이 탐정을 찾는 과정에서 불안한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탐정은 범인을 잡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위장할 필요는 없다. 물론 더러 그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탐정임을 내놓고 범인을 찾는데 주력한다. 하지만 범인이 탐정을 찾을 때는 범죄 사실도 은폐하고 자신이 탐정을 찾는다는 낌새도 보이면 안 된다. 사람들 중에 있는 탐정을 탐정이 범인을 찾을 때보다 더 치밀하고 교묘하게 찾아야 한다. 그리고 탐정을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완전범죄가 되는 것이다.  

읽어보면 작품의 매력을 알 수 있다. 완전범죄만을 노리는 작품이나, 탐정이 범인을 잡는 기존의 작품과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범인의 관점에서 범인의 심리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사람이 공포 속에서 얼마나 비논리적으로 행동하는지를 알게 한다. 탐정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당황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녀는 법으로도 잡히지 않았을 텐데. 역시 죄지은 자의 적은 탐정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인 것이다.  

지은이 패트리샤 매거는 이밖에도 피해자, 범인, 목격자를 찾는 독특한 다른 작품들 <범인을 찾아라>나 <피해자를 찾아라>, <목격자를 찾아라>도 발표했다. 작가의 작품을 좀 더 보고 싶다. 고전적 본격 추리소설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작가가 범인을 찾는 작품을 어떻게 썼을지가 궁금하다. 기존의 작품들과는 얼마나 다를지 정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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