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살인 - 범죄소설의 사회사
에르네스트 만델 지음, 이동연 옮김 / 이후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범죄 소설의 사회사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이 이 책은 범죄 소설을 통해 그 시대를 분석해 본 책이다. 저자가 맑시즘에 입각해서 부르주아의 관점만을 반영하는 범죄 소설을 통해 부르주아로 지칭되는 자본주의 국가들의 사회적 모순을 지적하고 있는 이 작품을 읽노라면 도대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사회주의 체제를 받아들일 수도 없고.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선과 악을 생각하지 않고 정의를 외치지 않으며 그저 그런 대로 살아가는 것뿐일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국민들이 범죄 소설을 탐닉하는 이유는 범죄란 자본주의의 산물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읽으면서 이런. 세상에. 하면서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어쩔 것인가. 안 살수도, 바꿀 수도 없는 것을. 추리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로서 그 속에 들어 있는 작가들의 편견이라든가, 사상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혹은 작가가 아주 나쁜 인간이었다고 해도 그것을 재미있게 읽는 입장에서 본다면 그런 사실만 가지고 작가의 작품을 평하고 싶지는 않다. 또한 선과 악의 대비 속에 어떤 것이 진정한 선이고, 어떤 것이 진짜 악인지를 생각하며 읽고 싶지도 않다.  

범죄 소설로 대변되는 설을 읽는 독자로서 이 책은 아주 흥미로울 뿐 아니라 조금 걱정스러움을 준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추리 소설을 읽는 이유가 범죄에 대한 대리 만족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한계를 범죄 소설을 통해 극단적으로 표현하려 하고 지극히 자본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나는 내 내면에 나도 인식하지 못하는 범죄자적 자질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저자가 막스주의자라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저자의 관점에 수긍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잘못 적용되었든 아니면 그것은 이론일 뿐이든 막스주의로 인해 인간의 본성이 자본주의에 더 가깝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자본주의의 맹점을 범죄 소설이라는 대중 소설과 접목시켜 자본주의의 잘못된 점을 반성하게 한다고 할 수 있으니 개인적인 생각은 접어도 좋을 듯 싶다.  

범죄는 인간의 탐욕의 산물이고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도 탐욕의 산물이다. 인간의 탐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인간이 자본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은 살인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하는 듯 하다. 대를 위해 소를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이 소수의 거부들을 위해 다수의 가난뱅이들의 죽음이 정당화된다는 논리를 이쯤에서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문화적 작품은 동시대의 사회를 반영하기 마련이고 작가에 따라 그것은 왜곡되고 수정되어 반영될 수도 있다. 누가 역사를 진실하다고 말을 한 적이 있던가 ?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묻고 싶었다. 세상은 엄연히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한다. 어떤 포장지로 그럴싸하게 포장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독자들은 안다. 알면서도 읽고, 작가들은 알면서도 쓰는 것이다.  

에르네스트 만델의 이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상이나 이념을 떠나 이런 식으로 사회가 나아간다면 정말 왜 사느냐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었다. 부르주아에 입각한 자본주의는 인간이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사상이다. 아니 그것은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본능에 의한 이념이다. 그런 자본주의의 산물이 범죄고 그 범죄를 다룬 소설이 추리 소설이다. 추리 소설은 자본주의의 거울이다. 그 속에서 등장하는 살인은 어쩌면 인간의 야성적 본능의 표출일 것이다.  

읽으면서 내내 섬뜩하고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싫어졌지만 그것이 인간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일 것이다. 부르주아적인 인간. 저자는 플로레타리아에 입각한 시선으로 분석했지만 우리는 모두 잠재적인 플로레타리아고 동시에 항상 부르주아가 되고 싶어한다. 추리 소설을 시대별로 분석한 것대로 살인이 점점 잔인해지고 살인자가 점점 그런 일을 즐기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는 점점 흉악한 살인을 낳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저자의 말대로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분적인 면은 그렇겠지만 인간이라 원해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도 인간이 만든 것이니 당연히 인간은 살인, 모든 잠재적 살인적 욕구와 행위를 포함해서 그 모든 것은 즐기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이 아닌 것이다. 분명 세상은 더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우리가 과거를 그리는 것은 항상 미래가 더 나빠지기 때문이고 그러면서 그것을 교묘히 덮어두려는 것 또한 인간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나니 훌륭한 사회학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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