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계절 1 현대세계추리소설선집 4
스티브 세이어 지음, 황종호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12월
평점 :
절판


계절이 변화할 때, 날씨에 크나 큰 이상이 있을 때, 예를 들면 토네이도가 온다거나, 겨울이 시작되거나, 드물게 아주 맑은 날이면 어김없이 여자가 교살된다. 그 주에는 날씨를 기상청보다 더 잘 알려주는 방송국 기상 캐스터가 있다. 그리고 그는 범인으로 지목되어 유죄 판결을 받고 그 주가 부활시킨 사형 제도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된다.
작품은 방송국 내에서 일어나는 일과 함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방송국 기상 캐스터, 뉴스 프로듀서, 앵커... 기상 캐스터 딕슨은 앵커 후보 앤드리아를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거절 당한다. 그녀는 주지사와 애인 사이지만 정치와 방송, 서로 부합될 수 없는 사회적 이유로 헤어진다. 베트남전에서 화상을 입고 항상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뉴스 프로듀서 릭은 앤드리아를 사랑하지만 내색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은퇴한 경감이자 릭의 정보원인 레즈는 마지막 자신의 인생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딕슨을 물고 늘어진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끝까지 딕슨이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딕슨이 범인이었다. 나는 사형 제도를 반대하지만 절대로 죄를 뉘우치지 않는 인간, 도덕적 후회나 양심이 없는 비인간적인 인간이 있는 한 사형 제도를 찬성하는 사람을 막을 방법은 없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의 좌절 때문에 다른 여자에게 분풀이하듯 살해한다는 것은 기상을 정확히 예측해서 몇 백 명의 인간을 살렸다 해서 용서될 만한 것이 아니다. 선과 악을 저울질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백 명의 인간을 살린다 해서 백 명의 인간을 죽일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살인자를 사형시킬 권리 또한 누구에게도, 시민, 법, 국가,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릭의 말이 인상적이다. 릭은 아름다운 얼굴을 얻었고, 앤드리아는 선량한 남자를 얻었고, 딕슨은 죽음을 얻었다는 말...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무엇을 얻었을까... 색다른 연쇄 살인범과 인간에 대한, 인생에 대한 연민과 사형 제도에 대한 생각... 이 정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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