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여자 1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남자들이 죽어 간다. 그 남자들은 과거에 살인을 한 사람들이거나 적어도 여자를 학대한 경험이 있어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지만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 남자들만을 골라 누군가 살해하고 있다. 누군가 다섯 번째 여자가. 그 여자는 누구고 왜 그런 일을 하는 걸까. 쿠르트 발란더는 연쇄살인범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다섯 번째 여자는 상징적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곳에 단지 머물렀다는 이유만으로 다섯 번째 여자로 살해당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한 여자가 여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도 아무런 죄 값도 치르지 않고 뻔뻔스럽게 세상을 살아가는 남자들에게 심판을 한다. 그 남자들이 휘두른 폭력과 같은 상징적 의미의 죽음으로. 

세상에 가장 비참한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아무도 슬퍼해 주는 사람이 없는 사람 아닐까. 이 작품에 등장하는 피해자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아무도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다. 그들의 과거를 파헤치자 그 까닭이 나온다. 그런데도 죄 값을 치르게 한 다섯 번째 여자를 찾으러 경찰은 혈안이 된다. 그들이 살인을 저지를 때는 아무도 그들을 벌하지 않던 이들이 그들이 죽자 그들은 경찰을 대신해서 벌한 사람을 찾고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정의가 있는가 라고 묻는 것 같은 작품이다. 그에 대한 대답은 결코 예는 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누가 억울하게 아무 죄 없이 죽어 가고 학대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만져 주고 그들에게 그런 짓을 한 자들을 벌한 사람이 있었는가. 지금도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학대를 견디고 있다. 그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절대 멈추지 않는다. 살인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살인이란 방법이 아니고는 벌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경찰로 대변되는 공권력이 단지 눈에 보이는 범죄만을 찾아다니는 것은 문제가 있다. 범죄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고 숨어 있는 것이 훨씬 위험하기 때문이다.  

네명의 추방당하는 수녀와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한 여자가 우연하게 있지 말아야 하는 곳에 있었다는 죄로 살해당한다. 그리고 많은 여자들이 힘없고 약하다는 이유로 남자들에게 폭행 당하고 심지어는 살해당한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벌하지 않는다. 모든 범죄는 정당하게 적발되고 정당하게 조치되고 정당하게 단죄되는가. 이 작품에서 다섯 번째 여자가 주장하는 말이다. 또한 작가가 주장하는 말이기도 하다.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가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모든 문제에 대해 독자와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하고 사회 문제를 드러내려 하려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여자들은 모두 다섯 번째 여자이다. 아무런 의미도 모른 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직도 희생당하고 있기도 하고, 남자들의 폭력에 대처하지 못하며 살고 있기도 하다. 남자들이 만든 사회는 아직도 이런 폭력에는 관대하다. 여자들은 단지 폭력이 자신을 빗겨 가기만을 바라고 있어야 할까. 사회는 여자가 남자들처럼 폭력적이기를 바라는 것일까. 남자들이 여자들처럼 평화적으로 바뀔 수는 없는 것일까. 만일 남자들의 폭력성이 본능적이고 제어 불능이라면 그에 맞춰 여자들도 불가피하게 폭력적이고 공격적이 될 것이고 그런 상태를 인류가 견딜 수 있을 지 우려된다. 그러기 전에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폭력의 확산을 막는 취지에서라도 남자들은 자신들의 폭력을 제어해야만 할 것이다. 다섯 번째 여자들로 세상이 다 채워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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