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창고 -상
미네트 월터스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1995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중세 서양에서 마녀 사냥이 어떻게 이루어 졌을지 짐작이 갔다. 남편이 실종되고 세 여자가 한 집에 모여 산다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한 마을에서 철저하게 고립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을 누구 하나 옹호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열 사람이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는 너무도 쉽다는 말... 그 말은 진리다. 거기다 정의와 공정함을 상실한 공권력은 오히려 시민의 보호자가 아니라 마을 사람보다 더 잔인한 적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남편을 살해했다고 소문이 난 여자와 그녀와 레즈비언 관계라는 두 친구.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 고립된 장원에서 그들을 지켜 주는 것은 집을 둘러 싼 담과 전과 경력이 있는 진실한 고용인 부부뿐. 그리고 그들의 의지와 서로를 돕는 마음뿐. 그것으로 십 년을 버텨 낸 이들에게 다시 시련이 찾아온다. 그 집의 냉동 창고에서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다시 마녀 사냥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허탕을 친다.

정의가 누구 편이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힘 센 자의 편이라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의는 그보다 더 질기고 더 잘 버티는 사람 편이 아닐까. 더 영리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정의는 찾아온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들만이 정의라는 이름을 찾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화가 난 상태에서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 난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세상이 절반의 남자들에 의해서만 좌우되고 더 나쁜 건 그런 남자들을 옹호하는 여자들에 의해서 돌아간다는 것에 분노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인간이 힘으로 여자를 어찌해 보려는 남자고 그보다 더 어리석은 인간이 그런 남자에게 굴복하는 여자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정말 참을 수 없는 여성 존재의 가벼움에 화를 누를 수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