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살인 1 발란데르 시리즈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한 여름의 축제를 벌이던 아이들이 실종되고 살해된 채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경찰관도 살해된다. 또 신혼부부도 살해된다. 그들은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범인은 행복한 사람들만 골라 죽이는 이상한 살인자다.
그들이 최상의 행복을 만끽하는 듯한 순간 그들이 죽는다면 그들은 행복을 간직한 채 죽는 거니까 그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거라고 범인은 말한다. 하지만 사실 아무도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죽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사람들은 자살을 하곤 한다. 인간은 죽음을 가장 불행한 형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범인은 말뿐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생각은 자신은 이렇게 불행한데 너희는 왜 행복하지? 하는 의문이다.
쿠르트 발란더는 이제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밀려나지 않은 사람과 밀려난 사람. 밀려나지 않은 사람은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이고 밀려난 사람들은 슬프고 불행한 사람들이다. 이것은 복지 국가인 스웨덴의 일만은 아니다. 아직 실업률이 4-5%라고 말하지만 실업자 백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대한민국에 천만 가구가 있다고 계산하면 십분의 일이라는 숫자의 가장과 그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실업 상태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좌절할 것이고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들은 분노할 것이고 자신들 주변에서 자신들과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증오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날, 스웨덴에서 일어난 일처럼 한 여름의 축제가, 피의 축제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 누가 있어 우리를 지켜 주고 누가 있어 범인을 잡을 것인지 생각해 보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한 여름에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자기들만의 파티를 벌이던 젊은이들이 살해되고, 너무도 행복한 방금 결혼식을 치르고 결혼 사진을 찍는 신혼부부가 살해당한다...
왜? 그들이 단지 너무 행복했기 때문에...
불행과 행복은 모두에게 항상 반복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누구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는 일정 수의 사람을 범죄자로 만든다. 회사는 피고용인을 해고하고, 더 가진 자는 덜 가진 자를 사기 치고, 낙오자를 만들고 그 낙오자를 밟고 올라가는 길을 만든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은 나라를 떠나 전 인류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제 세상은 행복하다는 이유로 살해당할 수도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 우리는 행복해 하지 말아야 할까. 드러내 놓고 웃지도 말고 언제나 시무룩하게 행동하고 슬픔을 품고 살아야 할까. 물론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행복할 때 누군가는 불행하다는 것을 생각하고 가진 자가 못 가진 자까지도, 행복한 자가 불행한 자 까지도 함께 데리고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궁극적인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치다.
헤닝 만켈의 책을 읽으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혹은 세상은 지금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헤닝 만켈의 책을 읽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 대단히 고급스러운 추리 소설을 읽고 싶다면 부디 이 책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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