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 현대세계추리소설선집 3 현대세계추리소설선집 3
이언 뱅크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7월
평점 :
절판


진정한 악당은 누구인가? 우리 사회의 정의는 어떤 의미인가? 당신은 세상에서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힘이 정의라는 지금의 논리가 지속된다면 이 작품에서처럼 살인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고 살인자가 정의를 구현하는 영웅이 될지도 모른다. 정말 그래도 좋은 것일까...

헤닝 만켈은 <미소지은에서 잡기 힘든 악당을 잡기 위해 정의로운 형사 쿠르트 발란더를 선택했다. 이언 뱅크스는 그런 일을 살인자에게 맡겼다. 그리고 마약에 절어 살고 유부녀와 변태적 간통을 일삼는 신문 기자를 공범으로 내세웠다. 오물을 치우기 위해서는 오물에 손을 대야하고 악당을 잡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형사가 아닌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살인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로렌스 블록의 <백정들의 미사>에서 탐정 매트 스커더가 그랬듯이 말이다.

어쩌면 세상은 이제 가축을 잡기 위한 백정들이 필요한 게 아니라 악당을 잡기 위한 백정들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는 끔찍한 생각을 해본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이 작품의 살인자와 공범임을 느낀다. 그의 행위가 아닌 생각에 동조하고 가끔은 그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느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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