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자의 상속녀 캐드펠 시리즈 1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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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례를 떠난 두 사람이 한 남자와 시체 한 구로 돌아온다. 죽은 이는 교회 묘지에 묻히는 것이 소원이다. 하지만 그가 이단의 생각을 가지고 성지 순례를 떠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이단의 논쟁에 불이 붙는다. 죽은 이는 이단의 혐의를 벗고 안장됐지만 산 자는 다시 한번 이단자로 몰리게 된다. 그것은 그가 돌아온 것으로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졌다고 생각한 서기와 그가 가져온 지참금을 갖게 된 처녀를 노리던 양치기의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서기가 살해된다. 이제 그는 이단자일 뿐 아니라 살인자의 누명까지 쓰게 되었다.

유아 세례를 부정한다고 이단에 몰린 죽은 남자 윌리엄으로 인해 평화롭던 수도원에 이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다행히 죽은 이는 이단의 혐의를 벗고 교회 묘지에 안장되지만 그를 수행했던 젊은이는 이단자로 고발당하고 수도원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한 남자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이단자는 살인자의 혐의마저 쓰게 된다. 윌리엄은 조카 손녀 포츄너터의 지참금을 좋은 상자에 담아 왔다. 그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포츄너터와 그녀의 아버지는 은화가 가득 들은 것을 보지만 그것을 가져온 일리어스와 그것을 들어본 캐드펠은 그 안에 그것이 아닌 다른 것이 있었는데 사라졌다는 의혹을 갖게 된다. 그것 때문에 살인이 저질러진 것이라고.

이 작품은 일리어스의 이단적 생각이 문제인 것처럼 표면을 장식하고 있지만 실제는 탐욕이 원인이다. 살인도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엘러리 퀸의 <최후의 사건>은 세익스피어의 작품 때문에 일어난 살인을 다룬 작품이다. 또 다니엘 페낙의 <산문 파는 소녀>에서는 고서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그 책을 갖고 싶은 욕심에 살인도 불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일리어스가 포츄너터의 지참금으로 가져온 상자 안에 들어 있던 책이 문제의 원인이 된다. 너무나 귀중한 책이기 때문에 왕이 아니고서는 어느 누구도 살 수 없는 귀한 책. 그 책을 갖고 싶은 욕심. 그것이 무모한 살인의 결과다.

다시 한번 물건이 오래되면 귀신이 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귀신이 되지 않고서야 인간을 홀려 살인까지 하도록 만들 수는 없을 테니까. 책은 책이 소중한 것은 아니다. 그 책이 담은 내용이 더 소중한 것이다. 물론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면 보존하고 귀중히 여겨야 하겠지만 그것이 인간의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인간의 목숨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일일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고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위해 탐욕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다니. 진정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는 사색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종교를 가진 자이건 아니건,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건 아니건 작품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랑과 그 사랑으로 이룬 가정과 그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과 믿음. 그런 보편적인 가치관을 되새기게 한다. 그래서 작품 속에는 언제나 선한 자는 억울함을 당하지 않고 악한 자는 반드시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한다. 그리고 사랑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게 한다. 만약 세상이 이 작품에서처럼 공명정대하고 밝게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면 세상은 살만 할거라 생각된다.  

캐드펠 시리즈는 추리 소설로도 대단한 작품이지만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지침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캐드펠 시리즈는 모두 같은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다. 곤경에 처하는 선한 사람이 등장하고, 그는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캐드펠과 휴 버링가가 그 누명을 벗겨 낸다. 그 과정에서 곤경에 처한 사람은 언제나 사랑에 빠진다. 극적인 반전도 없고 스릴이나 서스펜스를 느낄 수는 없지만 진지하고 인생에서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가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권선징악이라는 보편적인 진리와 모든 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이 작품에서는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처럼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각박한 세상에서 아직도 아름다운 것을 믿는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작품이라고 권하고 싶다.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좋은 작품임을 알 수 있는 보기 드문 명작이다. 캐드펠 시리즈는 두고두고 아껴 가며 읽고 싶은 대단한 작품이다. 시리즈 한 권 한 권이 모두 걸작이다. 추리 소설이고, 역사 소설이고, 또 아름다운 로맨스 소설인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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