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열매들
다니엘 페낙 지음, 김운비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다니엘 페낙의 말로센 시리즈는 추리 소설이라고 해도 좋고 사회 풍자 소설이라고 해도 좋다. 어떤 이름을 붙여도 좋다. 사실적 환상 소설이라고 해도 좋고. 이 작품은 어떤 이름으로도 만족을 주는 대단히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한 권 한 권 읽어도 좋고 연대별로 읽어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차례로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야 중복되어 나타나는 인물들에 대해 이해할 수가 있다.

말로센 집안의 많은 아버지가 다른 아이들, 뱅자맹을 선두로 루나, 클라라, 테레즈, 제레미, 프티, 베르덩과 클라라의 딸 세터낭주, 뱅자맹의 아내 쥘리와 아들 무슈 말로센, 그리고 간질에 걸린 개 쥘리우스. 그리고 벨빌의 이웃들. 말로센 집안 주위에는 언제나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반드시 뱅자맹이 희생자로 지목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그의 동생 테레즈가 희생양이 된다.

말로센 집안이 또 한번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뱅자맹의 점성가 여동생 테레즈 차례다. 클라라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고귀한 정신의 소유자라고 생각되는 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리고 뱅자맹은 그 결혼을 말리려 하지만 실패한다. 다른 점은 클라라의 남편은 진짜 성자같은 사람이었던 반면 테레즈의 남편은 집안 내력부터 모조리 부유한 악당이다.  

뱅자맹의 예언에도 불구하고 점술가인 테레즈는 자신의 앞날을 예견하길 거부하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간다. 그녀는 결혼과 동시에 예지력을 잃고, 자신의 예지력 때문에 결혼하게 된 거라는 사실을 안 순간 그녀의 결혼은 끝난다. 그와 동시에 그의 남편은 살해당하고 그녀도 살해될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살아난 대신 그녀는 살인자로 잡히고 만다.  

뱅자맹은 자신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한다. 자신의 의지로 맞서 싸우는 일. 공권력과. 이 작품도 결말이 전작과 마찬가지로 풍자와 아이 이름 짓기로 끝난다. 이번에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그 비뚤어짐과 살인의 결말은 유쾌하고 해학적이다.   

말로센 시리즈는 살인 사건과 함께 작품 전반에 깔리는 어떤 소재가 있다. 이 작품에서는 정치다. 정치와 정치가, 그들의 두 얼굴. 또 하나는 지극히 프랑스적인 프랑스인들의 행동이다. 호모섹슈얼을 지향하는 두 남자가 자신들이 헤테로섹슈얼의 행동을 했다고 일부러 고발당하는 장면은 그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얼마나 자신의 행동에 당당하고 또 남의 일에 편견적 시각을 갖지 않은 사람들인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제목인 정열의 열매들은 제르베즈 수녀가 돌보는 창녀들의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또한 테레즈가 낳은 아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프랑스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들의 가치관에 놀라게 되고 그 가치관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공감하게 된다. 아버지가 없는 자식들의 아버지 뱅자맹, 그의 엄마는 아버지가 다른 아이들을 낳아 뱅자맹에게 맡기고 또 다른 남자를 찾아 떠나고, 뱅자맹의 누이들은 유복자를 낳거나 아버지 자격이 없는 남자들의 아이를 낳는다. 요는 생물학적 아버지에 게 의미를 두어야 하느냐 아니면 문화적 아버지에게 의미를 두어야 하느냐 하는 관점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마치 SF 드라마에서처럼 아이들이 부모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문제다.  

이 말로센 시리즈는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적이다. 인간의 행복이란 살아가면서 자신이 찾고 얻는 것이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정말 다니엘 페낙의 말로센 시리즈는 읽을 가치가 충분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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