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와의 결혼 - Q.MYSTERY 37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8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9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사(人間事) 새옹지마(塞翁之馬) 라고 했다. 이 작품은 아마도 이 말에 딱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부부와 여자. 운명은 그들과 여자를 바꿔 놓고 이제 여자는 부유한 집안의 며느리가 되어 자신이 임신한 아기를 위해 그곳에서 살기로 한다. 그리고 죽은 자신의 가짜 남편의 동생과 사랑을 하게 된다.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녀의 정체를 아는 진짜 그녀의 아기 아버지가 나타난 것이다.   

헬렌은 조지슨이라는 남자에게 버림을 받고 임신 8개월의 몸으로 기차를 탄다. 그곳에서 휴와 패트리스 부부를 만나는데 그것이 그녀의 운명을 바뀌게 할 줄이야. 패트리스의 반지를 잠시 끼고 있던 헬렌은 열차 사고가 나자 그 반지로 패트리스로 오해를 받고 부유한 해저드 가문의 며느리가 된다. 하지만 휴의 동생인 빌은 의심을 하는 가운데 패트리스를 사랑하게 되고 패트리스가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 조지슨이 나타나 그녀를 협박한다. 물론 조지슨은 살해를 당한다. 하지만 누가 죽였을 까.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데. 반전은 계속된다. 

그녀는 자신의 태어날 아이에게 보다 나은 조건을 마련해 주고 싶은 욕심밖에 없었다. 불안한 가운데 시동생과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를 버린 사기꾼이 다시 나타나고 이번에는 부자 집 재산을 노린다. 여자는 그를 죽이기로 결심을 하고 그의 숙소로 찾아가지만 이미 남자는 죽어 있고 뜻밖에 나타난 사랑하는 남자.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지만 시어머니의 고백으로 의심을 접고 행복한 앞날을 설계하려 한다. 그러나 운명은 가혹한 것이다. 마지막 죽어 가면서 시어머니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고 그들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의심의 늪에 빠지고 만다.  

윌리엄 아이리시는 독특한 작가다. 어떤 탐정도 내세우지 않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 나간다. 암울하고 절망스러움이 작품 속에 항상 숨어 있어서 독자를 긴장시키고 그런 어두운 내면이 사건을 쥐고 있는 열쇠가 된다. 뛰어난 심리묘사와 함께 깔끔한 내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책을 덮은 순간에도 나는 누가 진짜 범인인지 알지 못했다. 세 명의 용의자가 등장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서로를 불신하며 의심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범인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확증도 없고 누구나 범인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동기가 있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작품 중에 가장 그의 분위기에 맞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음울하고 어둠만이 가득한 가정, 세상에 만연한 불신, 가족도 못 믿고 남편과 아내도 믿지 못하는 현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이것이 아닐까. 완전한 믿음이 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작품의 깊은 곳에 언제나 깔려 있는 인간의 절망적이고 슬픈, 그러나 빠져 나오고 싶은 심리 묘사는 윌리엄 아이리시의 특징이다. 그의 모든 작품은 한번 빠지면 나오지 못하는 늪처럼 나를 사로잡는다. <환상의 여인>은 말할 필요 없는 대단한 작품이지만 이 작품도 좋은 작품이다. 절대로 끝을 알 수 없어서 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작가의 매력은 이 작품에서 더 빛나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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