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들 보르헤스 전집 2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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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떼르띠우스

톨뢴은 상상의 혹성 이름이다. 우크바르는 상상의 지명이고, 오르비스 떼르띠우스는 실존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다른 세계를 말한다. 이야기는 보르헤스의 친구가 영미백과사전에서 우크바르라는 지역을 발견한 대서 시작한다. 철학으로 시작해서 철학으로 끝나는 작품이다. 많은 용어가 철학적이라서 이해하기 무척 힘든 작품이다. 결국 우리가 사는 세계는 실존하지 않는 다는 뜻인지, 우리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2. 알모따심에로의 접근

알모따심이란 결국 절대자, 신을 의미한다. 보르헤스가 미르 바하두르 알리가 쓴 “알무따심에로의 접근”이라는 작품에 대해 논평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보르헤스의 환상적 리얼리즘에 의해 미르 바하두르 알리라는 작가도 알무따심에로의 접근이라는 작품도 모두 보르헤스가 지어낸 이야기다. 그의 환상적 리얼리즘이란 허구 속에 실존 인물(작가)와 작품을 배치해서  독자로 하여금 허구를 사실로 믿게 하는 것이다. 인도의 신을 믿지 않는 법대생이 어떤 사건으로 살인을 하고 알모따심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 “알모따심에로의 접근”의 내용이고 보르헤스는 많은 주석을 달아 실제 작품을 논평하는 것처럼 지어냈다. 이해하기 난해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많은 추리 소설가가 등장한다.

 

3. 삐네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

이 작품은 삐에르 메나르라는 허구의 작가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다시 똑같이 썼는데도 더 나은 작품으로 인정받는다는 이야기를 보르헤스가 삐에르 메나르의 작품 경향과 돝키호테를 다시 쓸 때의 고뇌를 서술하고 어떤 점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보다 나은지 논평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보르헤스의 모든 작품들이 그렇지만 특히 더 문학 이론을 설명하는 것 같다. 수많은 실존 문학가, 철학자, 신학자들과 허구의 인물들, 실제의 작품과 허구의 작품, 연대의 교묘한 허구 끼워 넣기로 작품을 일관하고 있다.

 

4. 원형의 폐허들

위의 세 작품에 비해 우리가 흔히 읽는 소설 같은 모습을 한 작품이다. 한 사나이가 신전에 와서 잠을 잔다. 그의 소망은 꿈속에서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신의 도움으로 남자아이를 만든다. 그리고 그 아이를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게 기억을 지우고 인간세계로 내보낸다. 그리고 남자가 죽을 때가 되었을 때 그는 깨닫는다. 그도 인간이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주석에서도 말했듯이 이 작품은 장자의 나비의 꿈과 유사하다. 하지만 여전히 주석의 도움 없이는 읽기 힘든 작품이다. 아니면 내가 서양인이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4. 바빌로니아의 복권

이 이야기는 바빌로니아에서 복권이 생기고 그 복권을 나눠주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라는 화자가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 복권이 처음에는 행운을 나눠주려는 의도로 만들어졌으나 결국에는 무질서로 빠지게 되고 <회사>의 정체도 알 수 없게 되고,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그들 또한 무리 중에서 가려낼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보르헤스가 말하는 <회사>는 절대자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복권으로 생기는 우연한 행운과 불행은 모두 절대자가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5. 허버트 쾌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

이 작품은 허구의 작가 허버트 쾌인의 작품인 <미로의 신>, <에이프릴 마치>, <비밀의 거울>에 다한 보르헤스의 견해를 논평하듯 쓴 그의 보편적인 환상적 리얼리즘의 한 작품이다. 그는 여기서 <미로의 신>은 엘러리 퀸의 동시대 작품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고, <에이프릴 마치>는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가는 방식으로 쓰여졌다고 말한다. 또, <비밀의 거울>은 프로이드적 희극이라는 거짓된 소문 때문에 실패한 작품이라고 썼다.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작품들뿐이다. 허나 소설이 어디에 토대를 두고 만들어지는가 하는 물음에는 충분한 대답이 될 듯 싶다. 

 

6.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이 작품은 탐정 소설이다. 하지만 기존의 탐정 소설을 연상하고 접근하면 실망할 것이다. 이 작품은 중국의 작가 취팽이 만든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에서 벌이는 중국계 영국인이면서 독일군 스파이로 있는 나와 알버트라는 사람의 그 취팽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나’가 스파이로써 임무를 완수하는 방법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상은 1부의 작품들의 소개다. 2부는 1부의 작품보다 덜 어렵지만 그만큼 덜 흥미롭다. 그 중 가장 좋은 작품은 <죽음과 나침반>이었다. 이 작품은 범죄자는 창조자이고 탐정은 단순한 해결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듯한 작품이다.

 

보르헤스의 작품은 주석 없이는 일기가 어려운 까다로운 작품이다. 주석이 작품만큼 길고 주석집이 따로 있을 정도다. 내가 이 작품을 읽은 것은 순전히 실수였다. 하지만 실수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보르헤스를 알 수 있었을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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