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몽골리 나남창작선 52
기욤 니끌루 지음, 김용은 옮김 / 나남출판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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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내가 미쳤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정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주 약간... 

잭 루디 빌은 탐정이다. 그는 어느 날, 23살의 다운증후군 여자의 실종 사건을 맡는다. 그 여자 비키 루 그롤을 찾으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처음에 다운증후군(몽고증 환자)에 걸린 비키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에 정상처럼 살아가지만 비정상인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서커스단에서 공연을 하는 몽고증 사람들이 어쩌면 더 행복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다리 밑으로 몸을 던진다.

잭 루디 빌은 비키라는 다운증후군 여자를 찾으면서 많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만난다. 인육을 먹은 남자. 암에 걸린 샴 쌍둥이였던 여자, 목을 매 자살한 여자, 미토콘드리아 이브(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인이라는 데서 나온 학명)를 부정하는 백인, 아내에게 학대받은 유태인, 자신의 아들을 성적으로 이용하는 남자, 열 여섯 살의 딸을 난소암으로 잃은 우주 비행복을 입고 다니는 여자, 그리고 서커스 단원들 등등. 

이 작품은 형이상학적이다. 마치 한편의 시나리오를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가 영화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난 프랑스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프랑스 영화는 그만의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프랑스 영화 같다. 알 수 없는 화면의 구성과 자꾸만 오버랩되는 영상, 사람들의 아귀가 맞지 않는 대화, 많은 상념들... 그러면서도 작품은 무언가 생각을 요구한다.

생각해 보면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정상은 아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흑인 남자, 동성애자, 이슬람교로 개종한 남자, 대리모를 구하는 친구 등...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비키를 찾는 잭 루디 빌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만다. 어쩌면 그가 자살을 택한 것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삶이란 어떤 것을 정상이라고, 또 어떤 것은 비정상이라고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마도 작가는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라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너는 왜 사니? 사는 이유가 뭐니? 무엇 때문에 사니? 등등... 그러다가 마지막에 사는 건 아무 것도 아니야 라고 비웃듯이 막을 내린다. 약간은 지루하다. 인생이 지루한 것처럼. 그러면서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우리가 사는 것이 또한 그런 것처럼. 읽어보면 자신이 결코 정상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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