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린 아이 캐드펠 시리즈 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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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0년 가을, 시로프셔 주, 시루즈베리 시에 있는 성 베드로 - 성 바울 수도원에 애스플리 집안의 작은아들 메리엣이 수도사가 되기 위해 들어온다. 사과를 따던 어느 날, 메리엣은 견습수사 한 명이 사과나무에서 떨어져 피를 흘리며 쓰러진 광경을 목격한다. 그리고 한 밤중에 메리엣은 잠을 자면서 이상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해서 견습수사들은 그를 귀신 들린 아이라고 멀리하게 된다. 한편 주교의 전령인 피터 클레멘스 사제가 애스플리 집을 다녀간 뒤 행방불명된 사실이 알려진다.  

라덜푸스 수도원장은 캐드펠에게 애스플리 집안으로 가서 그의 아버지 레오릭 애스플리를 만나 메리엣이 진정 수도사가 될 것인지 알아보라고 보낸다. 피터 클레멘스릐 실종과 메리엣의 악몽이 연관 있음을 직감한 캐드펠은 애스플리 영지로 향하고 그곳에서 메리엣의 형인 나이젤과 이웃한 영지인 린드 가의 쌍둥이 남매 재닌과 로즈위타, 그리고 아이소다 포리엣을 만난다. 점점 메리엣의 수사가 되려는 목적을 의심하던 중 캐드펠과 휴 버링가는 피터 클레멘스의 시체를 메리엣과 마크 수사가 발견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12세기 잉글랜드에서는 모든 것은 장남이 우선한다. 장남이 영지를 물려받고 작위를 물려받고 좋은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버지의 모든 상속은 장남에게 이루어진다. 차남은 성직자가 되거나 기사가 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영지를 물려받는 여자와 결혼을 해서 그 여자의 영지를 차지할 수도 있다. 셋째 아들은 더 상황이 안 좋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가문의 차남 한 명이 수도원에 수도사가 되기 위해 온다. 하지만 한 눈에 그 소년은 수도사가 될 법하지 않다. 그의 눈빛이나 몸가짐이 성직을 원하는 사람의 몸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밤마다 내 지르는 비명과 중얼거림. 사람들은 그가 귀신들린 아이라고 말한다. 정말 귀신들린 아이일까. 아니면 어떤 말못할 사연이 밤마다 무의식을 뚫고 나오려하는 것일까. 이것 또한 캐드펠에게 주어진 임무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무 냉담하다. 그의 형은 그를 걱정한다. 그를 좋아하는 어린 소녀는 그가 결코 성직자가 될 인물이 아니라고 한다. 때는 황후와 왕이 치열하게 싸우는 때였고 사람들의 마음도 왕과 황후 편으로 나눠지는 때였다. 시대 상황이 사람의 마음을 지배한다. 아주 어지러운 세상 속으로 엘리스 피터스는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편견은 죄를 낳는다.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편애는 더한 죄를 낳는다. 동화와 같은 이야기다. 아버지에게 자식이 둘 있다. 큰아들은 무엇이든 잘해서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자랐다. 작은아들은 큰아들의 그늘에 가려 아버지에게 무시 받고 자랐다. 하지만 형제애는 좋았다. 어느 날 작은아들은 수도원에 들어간다. 누구도 그의 주변 인물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원의 사람들조차도 그는 수도사가 될 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슨 까닭으로 그 소년은 수도원에 들어오게 된 걸까. 그리고 왜 밤마다 귀신들린 것처럼 중얼거리는 것일까. 실종된 수도사가 죽은 채 발견된 것은 무슨 까닭이고, 그것은 소년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엘리스 피터스는 작품에서 대비되는 인물을 자주 사용하여 극명한 선과 악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여기에서는 모든 아버지가 얻고 싶어하는 아들의 훌륭한 모습을 한 나이젤과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해 어긋나기만 하는 고집 센 메리엣을 대비시키고, 모든 남자는 자기의 미모에 눈이 먼다고 생각하는 로즈위타와 영리하고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개척하려하는 아이소다를 대비시켜 독자로 하여금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아, 내가 이 작품 시리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 마크 수사가 가장 많이 나오는 작품을 접하게 되어 너무 좋다. 캐드펠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언제나 든든한 휴 버링가가 있고 수도원 원장인 라덜푸스 원장도 로버트 부원장과 대비되는 좋은 보조자다. 하지만 마크 수사는 캐드펠이 종교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비록 그의 나이가 어리지만 언젠가 캐드펠은 고해 성사할 자신의 신부로 마크수사를 점찍어 둔 상태다.  

누구나 마크 수사를 만나면 도움을 받는다. 마크수사가 일부러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도 아닌데 모두 편안해지고 안식을 되찾는다. 메리엣 애스플리도 마찬가지다. 그를 그저 돌봐주고 마음을 열게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마크 수사였다. 마크 수사의 이야기는 책에서 잠깐씩 다루어지지만 그의 따뜻한 마음의 향기는 모든 작품에 소중하게 담겨져 있다. 가끔 마크 수사를 그리워하는 캐드펠의 말속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작은 역할을 하는 마크수사의 느낌이 생생한데 다른 인물들의 영향력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된다. 부디 한 권 한 권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길 바란다.  

시리즈 물이 주는 기쁨은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 가면서 그 속의 인물들의 성장을 공유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휴 버링가의 등장과 사랑을 이루는 과정과, 결혼과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는 것을 지켜 볼 수 있다.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성 자일즈 진료소의 마크 수사를 가끔 만나는 기쁨,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나는 캐드펠 시리즈에 중독 되어가고 있다. 좀 더 번역이 매끄러웠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것 말고는 아주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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