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빛 베네치아 1 - 산 마르코 살인사건 - 색채로망 3부작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작가다. 그의 색채로망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 산마르코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어느날 종탑에서 사람이 떨어져 살해당하고 그 사건을 마르코 단돌로가 탐정으로 풀어가는 과정과 함께 그의 친구 알비제 그리티의 가슴 아픈 사랑과 운명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주홍빛이라는 색이 말해주듯 저물어가는 베네치아의 운명과 16세기 이탈리아와 그 주변의 여건을 자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마치 세계사를 읽는 느낌을 준다. 

베네치아 공화국, 투르크 제국, 합스부르크 왕가, 신성로마제국, 콘스탄티노플, 술탄 술레이만... 우리가 고등학교 때 세계사 책에서 배운 단어들이다. 그때는 이것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시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르코와 알비제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듯하다.   

이 책을 나는 단순하게 추리소설로만 생각하고 읽었다. 하지만 아니다. 이 작품은 시오노 나나미가 만들어낸 역사소설이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알아야하는 것을 알려주는 정치소설이기도 하다. 국가가 자신의 위치에 따라 외교적 역량을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가를 역사를 통해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지금 우리가 어떻게 세계 속에 나아가야 하는 가를 알 수 있다.

16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사건을 다룬 이야기! 베네치아에서도 서자는 어떠한 지위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알비제 그리티가 아무리 똑똑하고 대단한 열정을 가졌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는 야망이 있었다.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완성할 수 없었던 여인을 위해서 그녀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그는 이루어야했다.

그것은 투르크 제국에서 시작된다. 야망은 정복과 전쟁으로 이어지고 실패와 패배는 그를 죽음으로 몰아 넣는다. 베네치아의 살아남기 위한 선택과 한 남자의 야망, 그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친구와 사랑하는 여인. 슬프고 허무한 16세기를 산 한 남자의 이야기가 마치 논픽션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산 마르코 살인사건은 역사 속에 초라해지고 끝에 가서는 유명무실해진다. 그것이 이 작품의 유일한 단점이다. 

16세기는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안에 늘 존재하고 있다. 나라는 항상 흥망성쇄를 거듭한다. 오르막 길이 있으면 내리막 길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계속 흥할 수도 없고 계속 망해있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둘 것인가? 그것은 나라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판단에 달린 일이다. 세계사를 딱딱하게 여기는 중, 고등학생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색체 3부작이라고 한만큼 <은빛 피렌체>, <황금빛 로마>를 마르코의 안내로 여행하는 재미가 독특할 것 같아 기대된다. 물론 이 작품의 여운이 너무 깊어 다음 작품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 살짝 걱정도 되지만 이 작품에서 친구 알비제에게 빼앗긴 주인공 자리를 마르코가 어떻게 잘 보여주며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낼지가 궁금증을 유발하니 시오노 나나미의 색체 3부작은 그녀의 대표작 <로마인 이야기>가 너무 길어 손이 안간가면 이 작품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은 역사 여행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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