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의 처녀 캐드펠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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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에 몸을 의탁하던 고아남매 에르미나와 이베스, 휴고닌 집안의 마지막 사람인 이들은 적이 침입하자 힐라리아 수녀와 함께 시루즈베리로 향하던 중 실종된다. 캐드펠은 레오나드 원장의 부탁으로 엘라리어스 수사를 간호하다가 휴고닌 남매를 중간에 만났다는 그의 중얼거림을 듣게 된다. 하지만 엘라이어스 수사는 도적 떼를 만나 만신창이가 되었고 기억을 상실했다. 캐드펠은 그가 발견된 곳을 더듬어 수색하다 어느 허름한 집에 숨겨있던 이베스를 발견하고 그와 함께 돌아오는 길에 얼어붙은 개울에 잠겨있는 힐라리아 수녀의 벌거벗은 시체를 발견한다. 한편 휴고닌 남매의 외숙으로 모드 황후를 따르던 로렌스 댄저스는 그의 기사인 올리비에 드 브레타뉴를 보내 실종된 외 조카들을 찾는다. 이베스에게서 누나인 에르미나가 에브라드 보테럴을 따라갔다는 말을 듣고 그를 찾지만 그곳에서도 에르미나는 사라지고 없었다.  

부정한 것은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부도덕한 생각은 생각 자체로 죄를 짓는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런 생각은 죄책감으로 가슴깊이 자리를 하고 끊임없이 괴롭힌다. 엘라이어스 수사는 그래서 괴로웠다. 아내를 잃고 수도원에 들어온 그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 힐라리아 수녀와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두려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엘라이어스 수사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라이어스 수사는 그녀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부정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수사는 도적들에게 당해 기억을 잃고, 수녀는 벌거벗은 채 강물 속에서 발견된다. 도대체 누가? 어지러운 세상에는 세상을 더욱 어지럽히는 존재들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들은 도둑이고, 강도고, 살인자들이다. 그들이 무리를 이루고 치안이 불안한 마을을 약탈한다. 당하는 사람들은 힘이 없고 나약한 가난한 사람, 노약자, 부녀자들이다. 캐드펠은 수녀의 살인사건을 조사해야하고, 버링가는 그것과 더불어 사라진 황후 편에 속한 남매를 찾아야 하고, 또 약탈자들도 소탕해야 한다.   

캐드펠과 그의 친구 휴 버링가를 다시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그들을 만나서 알지 못하는 중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더욱 매력적이다. 그들은 살인을 처리하지만 인간이 물을 수 있는 죄만을 다스린다. 죄인이라고 그가 짓지 않은 죄를 덮어씌우는 일은 없다. 죄인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 않고 업신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명예만큼 다른 이의 명예도 존중한다. 이것은 지금 피의자에게 미란다원칙을 말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중요히 여겨야 하는 일인지 모른다.

수도원이 보호해야 할 어린 소녀가 사라졌다. 그리고 얼음 속에서 나체로 발견된 한 구의 시체. 누가 성스런 수녀를 죽인 것일까? 도대체 소녀는 어디로 갔었던 것일까? 소녀를 은밀히 찾는 사람은 누구인가? 수도사에게도 아들이 있을 수 있다. 나이 들어 수도원에 들어왔다면 그럴 수도 있다. 아버지는 스티븐 왕이 다스리는 지역의 수도원에 있는 수도사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가 있는 줄도 모르고 모드 황후를 따르는 사람의 기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우연히 만난다. 아버지는 아들을 알아본다. 하지만 아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말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속세를 떠난 사람인데.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조용히 돌본다. 아버지는 그런 존재다. 있는 줄도 몰라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어쩌면 신을 아버지라 부르는 것도 이런 까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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