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의 여름 - 제6회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독자상 수상작! 미도리의 책장 3
히구치 유스케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1988년에 발표된 작품이니 20년 전 작품이다. 참 오래 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딱히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은 적다. 예를 들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지금은 하라 감독이 있는데 그가 선수 시절의 내용이 나온다. 슌이치의 아버지가 자이언츠 팬이라서 야구 중계를 보는 장면이 꽤 등장하는데 하라가 잘 쳐야 한다는 둥 하는 말이 그것이다. 이럴때는 이 작품이 언제를 배경으로 한 거지?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공중전화가 나오고 분위기가 약간 요즘과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는 몇 장면이 나오지만 작품 배경이 아닌 사람의 심리를 표현하는 작품이라 오히려 그런 것이 미세하게 추억처럼, 순수함의 상징인냥 느껴지기까지 한다. 청춘 미스터리라 발랄하고 상큼할 것 같지만 오히려 읽는 이에게 자신의 청춘을 생각하게 만든다. 청춘이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공감하게 만드는 그만의 독특함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경찰인 까닭에 같은 반에 있는 듯 없는 듯 생각지도 않던 아이의 자살 소식을 알게 된다. 이와사와 노리코라는 여자 아이의. 그리고 그 아이가 임심한 채였다는 사실도. 슌이치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따로 사는 엄마와 만나고 오던 길에 같은 반 아사코를 만나 그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 아이가 중학교때 아사코와 친하게 지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서 자살에 의문을 품고 어울리지 않던 둘이 그 여름 탐정 놀이를 하며 사귀게 된다. 자살에 의문을 품은 것은 열일곱살다운 의문이었다. 왜 그 아이는 신발을 벗고 마치 사극에서 나오는 것처럼 강에 뛰어든 것일까? 그 의문을 풀고 싶었던 슌이치와 아사코는 너무도 치기어린 마음으로 그 여름 함께 다니며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냉정하고 사람에게 관심이 없던 슌이치는 사랑에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한 아이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인간이 인간을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알아야 하는 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무관심을, 죽음을 한낱 게임으로 생각한 것에 반성한다. 사람이 사는 것이 그리 단순하며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사코는 사카이파의 딸이라고 항상 떠들고 다니며 자신은 당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친했던 친구에게 피해가 갈까봐 일부러 피하기도 하고 다른 아이에게 야쿠자 딸이라는 말을 직접 듣고 쇼크를 받으며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알게 된다.  

청춘 미스터리를 표방한 작품답게 슌이치의 아사코에 대한 감정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지고 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담임 선생님에 대한 남학생다운 동경도 드러내고, 슌이치 아버지의 청춘도 담아내고 있다. 슌이 담임 선생님에게 반한 아버지를 보며 밀어주면서도 자신이 동경하는 선생님을 새어머니로 같이 살지는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귀엽고 솔직한 면과 슌의 아버지와 아사코의 어머니에 이어 명문가 아들과 야쿠자의 딸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과 다시 대를 이어 만난 운명같은 두 집안 아이들의 사랑까지 순수하게 담백하게 표현하고 있다. 재미있게 쓰여져서 금방 읽어버리게 된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라는 작품이 있었다. 그 작품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 작품에 난 이 영화 제목을 부제로 쓰고 싶다. 정말 그 여름, 소년은 소녀를 만났다. 매미가 7년에 한번 땅에서 나와 울던 여름, 소년은 비로소 청춘의 날개를 폈다. 청춘이란 이름은 얼마나 멋진 것이냐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청춘을 아름답게 청춘답게 날개를 펴고 맞이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슌이치와 아사코의 청춘은 아름답다. 투정을 부리고 아이처럼 울어도 예쁘고 참아 줄 수 있고, 투덜거리고 빈정거려도 멋있고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아이들의 모습속에서 열 일곱, 나의 청춘을 생각한다. 까마득히 지나간 날들을. 내 소년은 어디로 갔을까. 내 청춘은 어디로 사라진 것이려나. 그나저나 아사코라는 이름에서 피천득님의 <인연>을 떠올리게 된다. 암튼 모든 청춘은 어쨌든 아름다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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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8-10-3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는 미스터리 같지 않은걸요...^^진짜 오래된 작품이네요. 올림픽때 나왔으니...^^
네...모든 청춘은 어쨌든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물만두 2008-10-31 14:32   좋아요 0 | URL
표지는 진짜 소녀가 소년을 만나는 걸로 뒤에 소년이 있습니다.

2008-10-31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31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03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03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