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의 악당들
퍼시벌 와일드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카드 및 각종 사기 도박만을 소재로 사기 도박꾼을 응징하는 단편들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퀸의 정원>이라는 엘러리 퀸이 작가들의 걸작 단편집을 연도순으로 뽑은 리스트인데 1854년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부터 1967년 케멀맨의 <9마일은 너무 멀다>까지 모두 125편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 단편집은 1929년에 나온 세 단편들 중 하나에 뽑혔으니 그 해 나온 작품 가운데 엘러리 퀸의 마음에 든 세 편 중 하나라는 얘기가 된다. 그것만으로 이 작품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엘러리 퀸이 보증한 작품이니까. 

주인공 빌 파믈리는 어려서 집을 떠나 카드 도박꾼이 되어 여러가지 사기 도박을 배운다. 하지만 6년 뒤 다른 사기 도박꾼에게 쫓겨나 화물 기차에 몸을 싣는 신세가 된다. 그 기차가 우연히 가던 곳이 그가 떠나온 고향이었다. 그는 주저하다 고향에서 내리고 집을 찾아간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변했음을 알고 나가라고 하고 그는 있겠다고 하다 아버지와 카드 게임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는 아버지 앞에서 사기를 치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이 작품이 첫 단편인 <심벌>이다.  

이후 마음을 잡고 아버지 밑에서 착실한 농부가 된 빌에게 토니 클랙혼이라는 애물단지가 운명적으로 떨어지게 되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 <사기꾼의 카드>다. 토니 클랙혼은 이 만남 뒤 빌과 형 동생하는 사이가 되고 계속 그를 사기범들로 안내하고 빌도 자신이 예전에 저지를 잘못을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심정으로 토니의 의뢰를 맡는다. <포크 도그>는 트릭과 그 트릭을 깨는 방법이 참으로 기발했다. 토니의 아내이자 빌이 좋아하는 밀리의 사촌이 대학 등록금을 사기 도박꾼에게 당한 일이니 자진해서라도 나설만한 일이었다. <레드 앤 블랙>은 카드가 아닌 룰렛이 소재로 등장한다. 그나저나 인간을 봐가면서 응징이 아닌 손을 씻거나 속죄를 바라는 점이 이 작품들을 구성하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이다. 도박의 이면에 그들은 청교도적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양심의 문제>는 빌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빌과 함께 빌의 활약을 보면서 계속 돈을 따거나 잃는 것을 보면 의심하게 되어버린 토니가 문제를 일으켜 클럽 탈퇴라는 불명예를 지게 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디킨스나 오헨리풍의 작품이다. <초보의 행운>은 토니가 드디어 빌을 대신해서 사건 해결을 위임받고 나선다는 이야기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불기둥>은 정말 트릭도 여러가지지만 사람을 속이기 위한 사기의 수단도 여러가지라는 것을 말해주는 작품이다. 해변에서 수영팬티만 입고 카드를 하는데 속임수가 어디 있는 것인지 기발한 속임수였다. <붉은 느릅나무 껍질>은 체스가 소재인 작품이다. 단지 불쾌하고 잘난척하는 사람을 쫓아내기 위해 체스의 'ㅊ'자도 모르는 빌이 트릭을 개발해서 클럽에서 모두가 싫어하는 자에게 대결한다는 내용이다.  

<타락 천사의 모험>은 이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이 아닌데 역자의 노력으로 수록되어 읽을 행운을 누리게 된 작품이다. 또 우리의 토니가 일을 저지른다. 한 남자를 사기 도박꾼으로 만든 것이다. 토니는 자신이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빌과 얘기하던 중 중대한 실수였음을 알게 되고 진범을 찾아 나선다. 카드에 표시를 한 진짜 범인을. 다른 작품들과 그래서 약간 다른 느낌을 주지만 이 작품이 결국 전체적인 면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작품들은 빌 파믈리가 그랬듯이 도덕적으로 개과천선하기를 바라고 쓰여졌다. 빌 파믈리가 그랬듯이 보복이나 복수, 또는 응징이 아니라 다시는 사기를 치지 않을 기회를 주고 사람이 변한다는 것을 믿고 그들이 자신의 양심에 귀 기울여 스스로 죄를 뉘우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빌은 언제나 트릭만을 밝히고 나면 범인에게는 관대하게 대하는 것이다. 1929년의 미국 뉴욕을 무대로 도박꾼들에게 바라기에는 좀 무리라 생각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이런 작품을 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드 게임이나 그 어떤 돈을 건 게임이라도 정직하게만 한다면 상관없다는 그 당시, 아니 지금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정서를 잘 나타내고 있다. 그것을 표현하기에 카드 게임만한 것은 없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 미국의 모습을 청교도식으로 단순하고 간결하게 잘 표현한 작품집이다.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단편집을 펴내는 것도 드문 일이다. '경마'라는 하나의 소재로만 평생 글을 쓴 딕 프랜시스가 생각났다. 뭐, 이 작가는 그렇게 전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또 사기의 속임수가 보여주는 트릭 속에서 다른 작품 속 트릭도 연상될 것이다. 클로버의 악당들, 엘러리 퀸이 당대 반할만 한 사기 도박꾼을 잡는 전직 사기 도박꾼이자 이제는 착실한 농부인 빌 파믈리의 흥미진진한 모험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10-30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30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