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속의 소녀
제프리 포드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1920년대 미국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 당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셀, 안토니, 디에고는 강령회라는 사기로 부자들을 유혹해서 돈을 버는 사기꾼들이다. 그들의 목적은 멕시코인 강제 송환에서 벗어나기위해 온두라는 인도인 스와미로 변장한 열 일곱살의 디에고와 심령사 행세를 하는 셀, 운전사와 보디가드를 겸하고 있는 거구의 안토니가 부자를 물색하고 정보를 수집해서 강령회를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보여서 그들의 입소문을 타고 점점 많은 봉을 잡아 돈을 버는 것이다. 어느 날 파크스라는 부유한 남자의 요청으로 강령회를 하던 도중 셀은 유리 창에 비친 어린 여자 아이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다. 얼마 뒤 그 아이가 반스라는 부잣집 딸이라는 사실과 실종됐다는 사실을 신문에서 보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반스와 접촉하면서 그들의 인생은 셀이 기르던 나비가 고치에서 벗어나 성충인 나비가 되는 것처럼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이야기는 이제 나이가 든 디에고가 자신의 젊었던 한 때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국인인 작가조차도 몰랐었다고 하니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노동력을 위해 이주를 장려하고는 대공황이 오자마자 자신들만 살겠다고 멕시코인 강제 송환을 실시했다니 그때나 지금이나 뭐 별 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엄마를 잃고 형을 잃고 어린 나이에 길에 쓰러져 있던 디에고를 발견한 셀이 디에고를 키우고 가르쳤다. 비록 같이 사기를 치게 되었지만 디에고를 대학까지 보낼 생각을 하던 인물이었으니 안토니 말대로 심장까지 사기꾼은 아니었던 셈이다. 여기에 금주법과 KKK단, 우생학 연구라는 것들이 만나면서 그 혼돈의 세계는 단순히 굶주림의 한 세계만은 아니었음을 말하고 있다. 

작은 사기꾼이 있다면 더 큰 사기꾼도 있다. 강령회로 부자들 쌈지돈을 터는 건 사기 축에도 못 든다. 더 큰 사기는 금주법에도 불구하고 밀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챙기는 부자들이고 그들보다 더 거대한 사기꾼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멕시코인 강제 송환을 명령한 정부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무서운 사기꾼은 자기들이 인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려는 미치광이들과 그들을 후원하는 부자들과 정치인들이다. 세상을 말아먹는 인간들인 것이다. 그러니 셀과 디에고, 안토니가 귀엽게까지 느껴지는 것 아니겠는가. 

다시 작품 속으로 돌아가서 셀 일행은 반스의 딸을 찾기 위해 그 집에 갔다가 그들과 비슷한 일을 하는 여자를 만난다. 하지만 사기꾼은 사기꾼을 알아보는 법. 셀은 그녀를 이상하게 여기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녀가 반스의 딸을 찾아낸다. 이미 늦었지만. 그리고 사라진다. 사인이 잘못 발표되고 범인으로 말도 안되는 부랑자가 잡히고 사건이 해결된다. 셀은 사건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기 위해 본명이 모건인 그녀를 찾게 되고 일은 훨씬 더 복잡하게 꼬이고 그들은 점점 험악한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거기다 반스를 만나게 해준 파크스의 죽음은 디에고의 첫사랑 이사벨의 신변까지 위험에 빠트리고 안토니는 자신 일생에 두번째 패배를 겪는다. 이제 이들 앞에는 모 아니면 도인 상황만이 남아 그들이 발을 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작품은 미스터리에서 모험 소설로, 다시 모험 소설에서 성장 소설로,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히스토리 팩션의 느낌을 준다. 재미와 감동이 있다. 잔잔하고 마음 따듯해지는 작품이다. 부성애, 우정, 사랑이 담긴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 와도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사람이 사람을 돕고 사람이 사람과 마음을 공유하며 의지할 수 있다면 어려운 가운데 살 길은 열리는 법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작품이다. 요즘 전 세계가 다 어렵다고 한다. 점점 더 어려워질거라고 한다. 하지만 언제나 어려운 시대는 있었다. 전쟁을 하던 시대도 있었다. 인류를 구한다고 나서지 말고 내 이웃과 조금씩만 어려움을 돕고 나누려는 마음만 있다면 셀과 디에고, 안토니와 모건, 이사벨과 그들을 도운 많은 사람들처럼 사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유리 속의 소녀는 늘 우리 안에 있는 양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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