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미의 포스 작렬!

제너럴 루주의 개선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3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6월

도조대학병원 구명구급센터의 제너럴이라 불리는 하야미 부장은 바티스타 수술팀과 같은 전설적인 존재다. 그의 전설은 이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신화가 되어버렸다. 그런 그에 대한 내부고발이 접수된다. 그의 친구이기도 한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원회 위원장으로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안돈 다구치에게 말이다. 그리고 이것을 병원장은 또다시 다구치에게 해결하라고 떠넘긴다. 이에 다구치는 자신도 떠넘기려고 에식스 커미티에 의뢰했다가 오히려 그들에게 발목이 잡힌다. 에식스 커미티는 다구치 몰아내기 위원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원회를 싫어하는 집단이었던 것이다. 뇌물 수수라는 내부고발, 친구를 믿는 다구치, 다구치는 과연 제너럴을 구할 수 있을 것인지 대활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작인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는 사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니까 오렌지 신관 위, 아래층에 나란히 있는 소아과 병동 간호사 사요와 ICU의 쇼코가 가릉빈가라 불리는 당대 최고의 가수를 만나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시작된다. 사요를 중심으로 전개된 작품이 <나이팅게일의 침묵>이었다면 쇼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이 이 작품인 것이다. 물론 쇼코는 중심인물이 아니지만. 그런 관계로 가끔 다구치가 위 아래를 오가면서 사건에 관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읽었을 때의 이야기다. 이 작품을 가장 잘 보려면 두 작품을 이어 읽은 다음 동시에 일어나는 순서대로 작품을 맞춰서 읽는 것이다. 그러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대신 답답한 면은 사라진다. 작품을 동시에 출판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이 작품만 읽어도 무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과 같은 재미와 웃음은 더 이상 보일 수 없는 건지 볼 수가 없다. 그나마 효도가 등장했을때가 가장 재미있었다. 시라토리의 시니컬함도 무뎌보이고 그런 잔재미보다는 의료 현실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작가가 일부러 이렇게 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로 치면 응급실이라 생각되는데 응급실에서의 긴박한 상황에 웃음은 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야미의 당당함과 판단력이 더욱 빛나는 건 아닌가 생각되고 그의 말에 어느새 공감하게 된다. 경찰서와 소방서가 있는 이유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다. 응급실도 당연히 그런 생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응급실 정도는 국가가 담당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나는데 방송국 헬기만 뜨고 병원 응급 헬기가 뜨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의사라면 분개하게 만들겠다 싶었다. 

책 표지가 의미심장하다. 다 읽고 보면 알게 된다. 인물은 하야미 부장이다. 그의 붉은 입술과 추파춥스를 빨고 있는 모습은 이 작품을 요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왜 제목이 제너럴 루주의 개선인지를. 하야미의 일인극이 돋보였고 다구치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원회와 에식스 커미티의 대결도 볼만 했다. 하야미는 거침이 없다. 그는 당당하다. 그 당당함에 매료되고 만다. 환자 앞에서만 고개를 숙이는 그는 정말 의사다. 그 모습이 잘난척 보이겠지만 환자에게는 이런 의사가 최고다. 하야미로 시작해서 하야미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었다. 

어느새 다구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위치를 갖춰가고 있다. 다구치가 이제 도조 대학의 뜨는 별이라는 말이 맞는 것도 같다. 가이도 다케루의 다음 작품을 예고하는 부분도 충분히 다음 작품에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효도가 좀 더 등장해서 재미를 줬으면 한다. 시라토리도 좀 더 시니컬을 유지했으며 싶고. 마지막 트랜디 드라마같은 식상한 장면은 좀 아니었다. 그래도 술술 잘 읽히니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