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 - 나의 식인 룸메이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2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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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상상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이번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3>은 그런 우리가 현실에서 접할 수밖에 없는 공포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경험이 있을 법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포가 등장하고 있다. 

<나의 식인 룸메이트>는 먹이를 원하는 괴물과 사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문제는 내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달렸다는데 있다. 당연히 내가 사는 쪽을 택하는 것이 인간이다. 망설임은 잠깐이다. 내가 살기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능히 그러고도 남는다. 그것이 우리를 공포로 몰아 넣는 것이다. 자신은 썩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한 것이 이런 한방으로 무너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이 이기적 인간임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법이니까.

<노랗게 물든 기억>은 반대의 공포다. 남이 내게 준 공포와 어린 시절 끔찍한 사건의 사이에서 자신의 작은 생각때문에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죄책감이 심어놓은 공포를 그리고 있다.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 지, 그것이 내게는 더욱 공포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사회문제로 텔레비전에서도 다뤘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한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비스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늘 웃어야 하고 공손해야 하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인간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니까. 그것을 작가는 잘 표현했다. 스트레스가 쌓여도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것이 어쩌면 더욱 공포가 되어 머리를 채웠을 것이라는 것은 공감하고도 남는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겪어봤을 공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은혜>는 얼마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사실 아무 것도 없는 집에 결혼하겠다는 여자를 경계해야 할만큼 사회가 냉정하고 계산적이 된 것이 더 공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그런 여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다. 여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거라는 속단. 물고 물리는 사회도 아닌데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어야겠다고 으르렁거리는 것만 같아 공포를 느끼기보다는 처량한 생각이 더 드는 작품이었다. 

<불>은 가학과 피학의 순환에 대한 공포를 다룬 작품이다. 초자연적 현상같지만 불은 상징하는 의미가 분노다. 내면에 분노가 쌓이면 화기가 생겨 화병이 난다고 하니 누가 아는가. 그것을 밖으로 내보낼 사람도 있을지. 문제는 그 내면의 분노를 아이를 학대하여 만들고 다시 학대받은 아이가 다른 아이를 정신적으로 학대하면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데 있다. 한번 붙으면 꺼지지 않고 모든 것을 태워야 자연 소멸되는 거대한 화마처럼 우리 사회가 끓어안고 있는 것은 그런 내제된 분노는 아닌지 그것이 공포스럽다. 

세번째 작품은 처음 작품과 두번째 작품보다는 사실 약간 아쉬운 듯한 느낌을 주었다. 현실적인 공포라는 면에서는 공감을 하게 만들었지만 스릴이 모자랐다. 스릴만 더 있었더라면 아주 좋은 작품들이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는 스릴을 독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소재가 사회 문제든 현실적 인간 문제든 그 무엇이든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스릴있는 공포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공포란 느낌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좀 더 스릴 넘치는 공포로 네번째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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