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투박한 두 남자의 하드보일드!

제물의 야회 ㅣ 미스터리 박스 3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7월

작품은 세가지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첫번째는 '범죄 피해자 가족의 모임'에 참가했다가 돌아가던 여성 두명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된 오코우치 수사장이 만나게 되는 19년전 14세의 나이로 연쇄 살인을 일으켰지만 소년법의 보호아래 지금은 변호사가 된, 그리고 '범죄 피해자 가족의 모임'에 패널로 참가하는 나카조와 관련된 일이고 두번째는 피해자 중 단지 목격자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대상이 된 여성의 남편 메도리마를 청부살인업자라는 느낌에 수사를 하려고 하는데 경찰 고위직인 공안에서 메도리마는 자신들이 조사한다며 조사를 막은 의도에 대한 일이고 세번째는 청부살인업자 메도리마가 아내를 위해 복수를 위해 나서는 과정과 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품에는 두 명의 썩 괜찮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집념의 경찰 집안에서 논캐리어 형사로 발로 뛰며 현장을 누비는 오코우치 수사장. - 그나저나 이 수사장이라는 단어는 참 생경하다. 줄여서 '장님'이라고도 부르니 어색하기 이를때 없다. - 어린 딸을 사고로 잃고 아내와는 별거중이고 사촌 형은 잘나가는 캐리어 공안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보기 좋다. 특히 '투명한 친구'에 대한 옛날 나카조의 심리학적 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젊은 여성 심리학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줄 알고 사람을 보는 눈이 예리해서 처음 만난 순간 메도리마의 특이함을 간파한다. 시리즈 주인공 감이다.  

또 한명 청부살인업자, 스나이퍼인 메도리마다. 그의 과거와 현재는 한 편의 드라마다. 인생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감이다. 살인이 일이라고 말하는 남자. 그래서 살인자와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남자. 일이 아니면 절대 살인을 하지 않는 남자. 독특한 남자다. 고독하고 아내를 잃어 복수만이 삶의 전부가 되어 버린 남자의 마지막까지의 행보가 이 작품을 끝까지 보게 만들고 있다. 

두 남자의 길은 서로 다르다. 오코우치는 경찰이기에 메도리마의 복수를 막고 범인은 검거해야 한다. 메도리마는 경찰에 앞서 경찰이 범인을 검거하기전에 자신의 손으로 범인을 잡아야 한다. 상반된 입장에 있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에게는 통하는 것이 있다. 서로가 선택한 일에 대한 집념이다. 그 길이 아무리 험하고 지뢰밭 투성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그 길을 가야만 하는 운명이라 생각한다. 그 두 남자의 만남은 그래서 또 하나의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한 소년은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도 소년법의 보호를 받고 변호사가 되어 잘 살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한 소년은 오키나와에서 미군에게 성폭행당할뻔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처절하게 폭행당하다가 총을 쏴 미군을 살해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소년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지는 않았다. 삶은 정당하지 않다. 어느 날 순식간에 가족을 누군가의 말도 안되는 범죄로 잃기도 하고 죄를 저지르고도 멀쩡히 잘 사는 인간을 보고 넘겨야 하기도 하는 것이 삶이다. 그 부당한 삶 속에 그래도 법이라는 것을 만들고 지키려 애를 쓰고 지키는 자를 도와주려고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충분한 긴장감을 주는 작품이다. 너무 길고 어떤 면에서는 약간 어긋나는 점과 불필요한 이야기들의 겻가지가 보이기도 하고 또 정작 필요한 것 같은 내용은 삭제된 느낌을 주지만 거칠고 투박한 두 남자에게 어울리는 하드보일드 서스펜스임에는 분명하다. 다 읽고 난 뒤 오코우치 시리즈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