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 Medusa Collection 1
토머스 H. 쿡 지음, 김시현 옮김 / 시작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12시간 안에 범인의 자백을 받아내야 한다. 12시간이 넘어가면 살인 용의자를 증거불충분으로 풀어줘야 한다. 경찰은 스몰스가 범인임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스몰스는 자백할 생각을 안한다. 과연 두 경찰은 자백을 받아낼 수 있을까, 아니면 범인을 그냥 풀어주게 될까?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12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스릴이나 미스터리적인 느낌보다 194,50년대 미국 경찰서의 분위기를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또한 암울하고 음습함이 작품의 전체를 감싸고 있어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제임스 엘로이풍의 어둡고 쓸쓸한 작품이다. 

노먼 코언과 잭 피어스는 1941년에도 파트너였고 1952년에도 파트너다. 1941년에도 심문을 통해 범인의 자백을 받아냈었다. 그리고 이제 피어스에게는 그 무엇보다 더 스몰스의 자백을 받아내야만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의 어린 딸이 마찬가지로 미친 놈에게 살해당했던 것이다. 그는 이런 놈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살해된 아이를 주시하고 있던 것도 목격되었고 아이가 살해된 지점 근처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또한 그가 잠을 자던 굴다리 근처도 살해된 아이가 있던 지점과 가깝다. 하지만 심증은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다. 스몰스는 무언가를 감춘 것처럼도 보이고 삶을 체념한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면서도 자백은 안한다. 스몰스를 집어 넣기 위해 경찰은 그 밤 내내 심문하고 증거를 찾아 뛰어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새벽이 오고 모든 것이 끝난 뒤 그들에게 남은 진실은 너무도 잔인했다. 

12시간은 심문을 통해 스몰스를 압박하고 모든 것을 알아내려 하는 한편, 2차 세계 대전의 참전 경험으로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유대인 노언 코언, 같은 방식으로 자식을 잃어 스몰스가 살해한 아이 엄마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피어스, 아일랜드 빈민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써서 이 자리까지 왔지만 마약중독자에 부랑자로 떠돌다 다 죽어가는 아들을 지켜봐야 하는 버크 반장의 삶의 무게가 경찰서 내부에서 무겁게 그들을 어둠 속에서 더욱 어둡게 고립시키고 있고 이 세 남자의 황폐한 나날들과 함께 경찰서 밖에서는 한 청소부가 거리를 돌며 12시간 동안 청소하는 고단한 생활을 보여준다. 그에게도 어린 딸이 있었고 그는 아픈 딸을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경찰서 안팍으로 다니는 또 한명의 팍팍한 인생을 사는 경찰의 자질은 의심되지만 매번 실수를 하는데도 잘리지 않고 있는 블런트의 모습까지 어둔 밤을 더욱 어둡게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어떤 것을 원하는 것인지 말하라고 묻는 듯한 작품이다. 마치 독자를 심문하는 듯한 작품이다. 진실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럴 듯한 거짓으로 포장된 결과를 원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기 만족을 위한 기만을 원하는 것인지 말이다. 요즘같으면 이런 작품은 나올 수도 없다. 시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암울한 시대를 산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비애가 뚝뚝 흐른다. 하지만 그 서글픈 비애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고 해도 인간의 편견을 깨뜨릴 만한 것은 아직 없고 인간의 기만과 가식, 외고집을 떨쳐낼 방법 또한 없기 때문이다.  

산다는 건 누구나 이렇게 심문받는 과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론 진실을, 때론 거짓을, 때론 침묵을, 때론 반박을 하며 심문하는 자와 대결하는 지루하고 치열한 과정.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과정. 그것을 통과하든 못하든 지치기는 마찬가지인 과정. 차갑고 슬프다. 그 어둔 밤이 책을 덮은 지금도 내내 남아 있다. 나는 지금 누굴 심문하고 있고 누가 나를 심문하고 있을지, 나는 그것을 통해 무엇을 알고자 하는 지, 알고자 하는 것을 알기나 하는 것인지 그 또한 의문이다. 심문하는 경찰처럼, 심문받는 용의자처럼. 삶의 마지막에서는 혹여 알 수 있지 않을까? 그저 사는 것이 최선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끝없는 심문의 과정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단순한 플롯을 가지고 괜찮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처음 보는 작가인데 솜씨가 탁월하다. 약간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아 있고 단조로운 반복의 과정도 있지만 과장되지 않고 차분하게 끝까지 단선을 유지하며 잘 써내려가고 있다. 반전이나 스릴없이 흔들리지 않고 그 밤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심문실 안과 밖의 이야기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뉴욕의 50년대 밤 풍경 속 허름함이 손에 잡힐 것 같은 묘사가 있어 단순함이 커버되고 있다. 토머스 쿡, 기대하고 싶은 작가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8-07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7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7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7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7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7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7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8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8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8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8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08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석 2008-08-1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왤케 비밀댓글들이;;;; 뭔 비밀조직입니까?;

물만두 2008-08-12 13:22   좋아요 0 | URL
헤헤헤
그게 아니고 하나의 댓글인데 길어서 대화 형식으로 나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