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주술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은 내가 읽은 프렌치 스릴러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악의 영혼>을 통해서 조슈아의 영혼과 함께 악이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보여주었고, <악의 심연>을 통해서 작가는 악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인간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지만 공허한 조슈아의 눈빛을 통해 알 수 있게 보여주었고, 이 작품을 통해 조슈아의 영혼이 서서히 치유되고 있고 악의 주술은 자신이 자신에게 거는 것이고 그것을 깨고 나올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며 깨지못한다면 영원히 갇힐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악의 3부작>의 마지막 결말을 내는 작품으로 이 작품은 잘 어울린다. 악의에 휩싸여 유령처럼 살던 조슈아에게 어느 정도 이제는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절별로 나누었다면 마지막 가을편을 독자에게 맡기기보다 작가가 4부작으로 확실한 매듭을 지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니까 조슈아와 에너벨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증만 더해졌다. 그들의 앞날이 순탄하기를 바라지만 문제가 다 사라진 건 아니니까 말이다.

시작부터 부검을 하던 시체가 살아있음을 보여줘 깜짝 놀라게 하더니 연쇄살인의 시작은 너무도 끔찍한 실종된 여자가 커다란 거미고치에 덮인 채 발견된다. 아내가 납치되는 걸 남편은 밤새 몰랐다는 건 더욱 놀라운 사실이다. 여기에 갑자기 거미에 물리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사망자까지 나온다. 이제부터 범인과 브롤린의 두뇌싸움은 시작된다. 범인의 프로파일링에 애를 먹는 브롤린, 브롤린보다 앞서 범인은 계속 자신의 계획을 벌여나가고 이 와중에 범인과 마주한 에너벨은 두번씩이나 범인을 놓치고 만다.

작품은 누구나 악을 마주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미움과 증오는 품고 있게 마련이다. 순간적으로 죽이고 싶다거나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단지 행동으로 옮기느냐 아니냐가 범죄의 경계선과 인간이 구축한 사회 안에서 살아남을 여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인간은 약하고도 약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조슈아를 사회로 돌아오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다른 의미에서 이 작품은 조슈아를 정화시켜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작들에 비해 무자비함은 덜하지만 치밀함은 더하다. 거미에 대한 공포, 미라의 공포, 연쇄 살인범, 주변을 맴도는 것 같이 범인의 모습을 살짝살짝 보여줘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붙잡는다. 끝에 가서 에필로그에서 조금 실망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작품의 내용때문이 아니라 브롤린과는 영영 안녕이라는 생각에서다. 또한 이제 막 에너벨과 조슈아가 뭔가 함께 보여주나 싶었는데 그것을 볼 수 없다는데서 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조금만 더 써주지. 작가가 참 매정하게 느껴진다.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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