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미스터리 야! 2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주영 옮김 / 들녘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한 때 타임캡슐을 묻는 것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십년 뒤, 이십년 뒤에 꺼내본다고 묻고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이런 행사를 하던 열풍처럼 지나갔던 일이 생각났다.
아마 일본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타임캡슐용 용기를 만들어서 팔았겠지.

열 다섯 살에 생각하는 스물 다섯 살은 많지도 적지도 않고 너무 동떨어지지도 않은 나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어떤 십년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정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열 다섯 살에 생각하는 스물 다섯 살은 참으로 설레는 나이임에는 틀림없다.
많은 일들이 있었을거라 거창하게 생각할 나이니까.
사랑도 하고, 연애도 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도 하고,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또 누군가는 아이를 낳고, 그렇지만 아직은 젊고 만나면 즐거울 수 있는 나이... 그래서 여기에서 열 다섯 살과 스물 다섯 살의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친구들이 등장하는 것이리라.

8명의 아이들과 선생님이 중학교 졸업 기념으로 타임 캡슐을 학교에 묻었다.
여기에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 등교거부 학생도 2명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십년 뒤 만나서 파보기로 했다.
그 십년이 다가왔을 때 아이들은 저마다 똑같은 엽서를 받게 된다.
죽음을 선택받은 졸업생이라는 말이 담긴 섬뜩한 엽서를...
이때 다리가 부러져 졸업식까지 참석하지 못한 신참 사진 작가를 꿈꾸는 아야카가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생각에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우편이오."라는 소리와 함께 언제, 어디서든 전해지는 엽서는
마치 아야카의 뒤를 밟는 듯한 느낌을 주고
그것을 누가 보냈는지 아이들은 저마다 불쾌하게 생각하는데
그 사이 반장 고스케가 사라지는 일까지 발생한다.

단순하고 간단한 형식의 작품이다.
출판사 시리즈에 맞게 영 어덜트 작품이다.
추리소설에 꼭 그런 타깃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가볍지만 그다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아이들은 잔인한 면이 있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준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고 받은 사람은 심했다고 말한다.
누구 말이 맞느냐를 떠나서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이
기억도 못하는 상처를 끌어안고 있다는 것 자체를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서른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이들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 지가 궁금하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한 세대는 저절로 타입캡슐에 봉인되고 만다.
어쩌면 왕따라는 것도 사라질 것이다.
그때는 인간의 모자란 짓으로 기억되겠지.

서술트릭의 명수라는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이라 세심하게 보려고 애를 썼는데
허술한 구석이 조금씩 보여서 좀 그랬다.
긴장감을 앞에서는 잔뜩 주고나서 뒤에서 너무 허무하게 터트려버렸다.
하긴 열 다섯 살짜리들에게 미스터리가 있다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명수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다.
스물 다섯 살이라면 제법 미스터리를 제대로 만들어줘도 되는데 말이다.
그 사이를 넘나들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거겠지.
아야카의 마지막 행동도 너무 대범했고 말이다.
뭐, 첫 술에 배부르랴 하는 생각으로 두번째 작품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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