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의 수수께끼 밀리언셀러 클럽 82
아베 요이치 외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적색의 수수께끼에 이은 청색의 수수께끼는 색이 말해주듯 소재면에서나 내용면에서나 적색의 수수께끼와 조금 차이를 보인다. 비로소 왜 색깔별로 작품을 나눴는지 알게 되었다. 청색은 말 그대로 청색일 수도 있지만 바다, 비관, 우울, 협박, 공포 등을 상징할 수 있다. 이 단편집에는 그런 다섯 작품이 수록되어 기발함과 유머, 그리고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아베 요이치의 <푸른 침묵>은 한 인물을 집요하게 찾아다니는 남자와 친구의 동반자살과 그 뒤 밝혀지는 친구에 대한 직업에 혼란스러움을 느낀 여자가 친구의 죽음이 자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에서 점차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다. 일본의 오늘에 대해 일본인 스스로의 자괴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모든 사실을 알고 느끼는 건지는 의문이다. 마지막에 좀 더 위트있는 설정이었다면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가장 하드보일드한 작품이었음에도 말이다. 앞날에 대해 생각하는 여자가 남자 앞에 같은 직업으로 나타나면 재미있었을텐데.

후지와라 이오리의 <다나에>는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이라는 잊지못할 작품을 읽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접하지 못한 나에게는 정말 작품만으로도 좋았다. 역시 인간적인 분위기는 그대로 여전함을 느꼈다. 렘브란트의 <다나에> 그림 훼손 사건처럼 전시된 유일한 장인의 초상화가 훼손되고 범인에게 전화를 받는 화가, 과연 범인이 노리는 것은 누구고 무엇일까?
다나에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다소 감정적으로 흐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화가의 쓸쓸한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작품들 가운데 유일하게 청색을 쓰는 화가라는 특징에서 블루하면 기본적으로 생각나는 우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래의 작품은 렘브란트의 <다나에>다.



와타나베 요코의 <터닝 포인트>는 보안사라는 백화점에서 절도범을 잡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색다른 직업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백화점에서 실수를 한 보안사 대신 투입된 주인공은 절도범을 잡지만 대어라고 생각한 중국인 세 여자는 놓치게 된다. 분명 절도범이라는 느낌은 드는데 빈틈을 보이기는 커녕 그녀를 비웃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과연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제목과는 그다지 상관없어보이는 사건인데 이 안에 일본인의 아시아인에 대한 시각이 들어 있다. 아마도 한국인도 이들은 이렇게 보지 않을까 싶지만 어디나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있는 거니까 그다지 신경쓸 건 없겠지만 이 방법은 우리나라에서도 쓰지 않을까 싶다.

이케이도 준의 <사이버 라디오>는 독특한 작품이다. 머리 속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주파수를 잡듯이 잡아내서 그것을 이용해 사기를 치고 사는 인물의 대담한 사기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의 에도가와 람포 작품이 아닌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을 읽었다. 그 작품도 좋았지만 에도가와 람포 수상 작품을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또 든다.

시라누이 교스케의 <온천 잠입>은 정말 읽으면서 포복절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이 단편집에서 제일 좋았다. 온천으로 드라마를 찍으러 온 삼류 여배우와 그를 후원해주던 사업이 망한 아저씨가 여배우와 알몸으로 노천탕에 있다가 동반 자살을 하자며 덤벼들자 여배우는 도망가고 아저씨는 쫓아가다 어느 온천탕에서 아저씨를 살짝 때리고 도망을 쳤는데 그만 아저씨가 죽은 채 발견된다. 이때부터 온천 여관과 여배우 사이에 온천 잠입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정말 이 작가의 에도가와 람포상 수상 작품은 꼭 보고 싶다. 이렇게 재미나게 글을 쓰다니. 추리소설 읽으면서 유쾌하다고 하면 좀 그렇지만 너무너무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다 읽고 나니 청색은 시원하고 쿨함을 뜻하는 것도 같다. 소재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적인 면에서다. 블루라고 하면 우울하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청색이라고 하면 우리는 다르게 느끼니까. 앞으로 나올 흑색과 백색의 수수께끼는 어떤 소재로 묶여 나올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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