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80%의 여름 미스터리 야! 3
나가이 스루미 지음, 김주영 옮김 / 비플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카오 80%짜리 초컬릿은 못 먹어봤다. 72%짜린가 하는 건 먹어봤다. 단 걸 좋아하지 않는 내겐 괜찮았다. 약간의 쌉쌀함이 좋았던 것 같다. 카카오 80% 초컬릿을 좋아하는 나기는 독특한 아이다. 부모가 이혼하고 아이같은 엄마와 살면서 고등학교 2학년에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소녀다. 그녀에게 옷을 사러가자고 해서 옷을 골라준 유키에가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사라졌다. 일주일간 어디 갔다온다는 쪽지를 남기고. 나기는 유키에 엄마에게 전화를 받고 유키에를 찾아 나선다.

작품은 유키에를 찾는 과정을 잘 보여주면서 그 안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유키에를 잘 알지 못했던 나기, 아니 알려고 애쓴 적도 없는 나기는 자신이 유키에를 친구로 생각한 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인터넷을 통해 유키에를 알게 된 아이들이 유키에를 걱정해주는 것에 감동한다. 도대체 친구란 무엇이고 어떤 존재인지, 가족은 무엇이고 외롭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유키에를 찾아나서는 나기의 여정 속에 담아내고 있다.

얼마나 고독했으면 대리손자라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을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렇게 쓸쓸하고 그리움에 젖어 생의 마지막을 보내도 좋은 것인지 묻고 있다. 여기에서 오히려 미스터리는 부차적인 문제가 되고 만다. 유키에가 어디 있는지도 미스터리고 무엇을 하는지도 미스터리고 나기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도 미스터리지만 가장 미스터리한 것은 왜 인간은 서로 같이 있으면서도 외로워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 아닌가 싶다.

이제 나기와 유키에는 친구가 될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 받던 미리와 기호코와도 어쩌면 잘 지내게 될 지도 모른다. 친구란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건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는 방어막을 친 것과 같다. 나이를 먹고 보니 스무해도 더 전에 지나간 내 고교시절과 그때 친구들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친구에게서도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친구가 옆에 있을 때 마음껏 친구와 재미나게 지내기를. 여름이 온다. 즐겁게 친구와 놀라고 여름이 온다. 소녀시절 친구와 즐겁게 놀았던 기억은 아주 오래 남는 법이다. 그런 것조차 없다면 산다는 건 정말 더 외로울 것이다. 그러니 이 책과 함께 좋은 추억 많이 만들기를 바란다. 카카오 80%의 여름은 쌉쌀하지만 꼭 있어야 하는 인생에서 겪어야 하는 날들을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싶다. 성장통같은.

<미스터리 YA!> 시리즈는 영 어덜트 시리즈로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까지가 주 독자층이라 생각하고 기획한 시리즈라고 한다. 미스터리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나지만 이렇게 연령대를 정해놓은 것은 마치 초등학생용 미스터리 축약본은 아닐까 내심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좋았다. 미스터리도 좋았고 무엇보다 새록새록 내 젊은 날들을 생각할 수 있어 좋다. 칙릿같은 느낌이 아닐까 생각한 것은 기우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7-16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72% 초롤릿도 안 먹어봤지만, 만두님이 좋았다면...동감해도 될 것 같은데요!ㅎㅎ
무엇보다 인간은 서로 같이 있으면서도 외로워해야 하는가가 최고의 미스터리라고 한 점.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고 한 류시화의 시가 공감되는 표현이에요.^^

물만두 2008-07-16 10:00   좋아요 0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ㅋㅋㅋ

Koni 2008-07-1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쓴 초콜릿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미 어른이라서.^-^ 굉장히 재미있는 책이겠는걸요. '인터넷을 통해 유키에를 알게 된 아이들이 유키에를 걱정해주는 것에 감동한다.'라는 부분을 읽으니 어쩌면 서재와도 겹쳐서 바라보게 되네요.

물만두 2008-07-16 15:38   좋아요 0 | URL
괜찮더라구요. 인간관계에 대한 묘사도,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한 새로운 관계도 현실적이고 단순하고 재미있고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