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구속
크리스 보잘리언 지음, 김시현 옮김 / 비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위대한 개츠비를 읽지 않았다. 그래서 그 작품에 대한 부분은 뭐라 할 말이 없다. 나는 그저 독특한 작품을 쓰는 이 작가의 작품만을 가지고 판단하고 싶다. 그의 다른 작품 <산파들>에서 이미 그가 어떤 작가인지를 경험했다. 미스터리를 아주 색다르게 작품 속에 녹여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작가라 이 작품도 기대를 많이 했다.

7년 전 자전거를 타고 가다 강간을 당할 뻔한 경험을 한 로렐의 삶은 그 뒤로 단순하게 변한다. 그래도 그녀는 사회복지사로 노숙자 쉼터에서 일하며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남자친구도 있는 평범한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바비라는 노숙자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데 그가 가진 유품이라고는 달랑 사진 상자뿐이었다. 그 사진들을 검토해서 쉼터에서는 노숙자의 기금마련과 그들도 예전에 사회의 일원이었음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짜려 한다. 하지만 유족이 있으면 안되기에 신문에 사망 기사를 낸다. 저명한 가문의 노부인은 그 사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도 바비가 자신의 동생이 아니라고 말한다. 로렐은 바비의 과거를 알아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바로 그녀가 7년전 사건때의 자전거 탄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과거의 사진들과 함께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작품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세밀한 로렐에 대한 심리 묘사가 로렐에게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바비에 대한 과거를 한 조각씩 모아가는 로렐의 행보에서 조여오는 스릴을 느끼게 된다. 바비는 어쩌다 훌륭한 사진 작가에서 노숙자가 된 것인지도 궁금하고 로렐과 파멜라간의 사진에 대한 집착이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도 궁금하고 과연 바비가 7년전 로렐의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 지도 궁금하게 만들어 마지막 반전에서는 그야말고 "헉!" 하고 숨이 막히게 만들고 만다. 놀라운 카운트 펀치였다.

읽는 내내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봤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지금이라도 읽고 싶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그만큼 좋았다. 작가는 작품속에 사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늘어 놓아 독자를 이중으로 구속하고 있다. 그리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가슴 아프지 않게 담담하고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다 읽은 뒤에도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작가가 인생의 아이러니한 미스터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 읽은 뒤 표지의 느낌이 새삼 짠하게 다가온다.

작품 사이 사이 수록되어 있는 진짜 노숙자 밥 '수피' 캠벨의 사진은 삶이란 그 누구에게도 녹녹치 않은 것이며 우리가 그 누구도 감히 낮추어 볼 수 없음을 알려주고 있다. 쉼없이 오르고 내려야만 하는 인생이라는 고갯길에서 어떤 일을 만날지 장담할 수 없고 그래서 누구든, 이렇게 멋진 사진을 찍었던 사람도 노숙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 사진이 있어 작가의 작품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그의 다음 생은 그가 남긴 사진보다 더욱 빛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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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08-04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개츠비>를 꼭 읽지 않아도 이 책을 읽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무척 감명 깊게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고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영화도 봤지만 특별히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아요.

물만두 2008-08-04 16:50   좋아요 1 | URL
아, 그래요? 위대한 개츠비는 그냥 폼이었나요?
흠...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