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쇼어 블랙 캣(Black Cat) 15
피터 템플 지음, 나선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호주하면 캥거루, 코알라, 거대한 땅, 호주 원주민, 시드니 정도만 알 뿐인 내게 이 작품은 호주의 자연을 자세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작가가 작품 전체를 통해 호주의 작은 마을에 대해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풀과 나무, 시냇물까지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 안에 주인공 조 캐신의 심리와 행동, 성격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조 캐신은 도시에서 큰 부상을 입고 고향 마을에서 휴가 겸 마을의 경찰노릇을 하며 부서진 몸과 그보다 더 상한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되지는 않는다. 워낙 큰 부상이었기에 아직도 그 몸은 고통을 호소해서 술과 진통제를 먹어야 하고 마음은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다시 마을에서 사건이 벌어져 난감하게 만든다.

마을 유지가 강도를 당했다. 발견 당시는 사망하지 않았지만 사망해서 살인사건이 되고 만다.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은 마을 사람들이 싫어하는 원주민 소년들이다. 마을에서 원주민을 싫어하는 경찰은 그들을 길목에서 잡기로 하고 총격전을 벌여 두명을 사살하고 한 명은 자살하게 만든다. 조 캐신은 그때야 비로소 그 사건에 관심, 진짜 관심을 가지고 범인을, 그들이라면 확증을, 그들이 아니라면 다른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속속들이 들어나는 추악한 실체에 또 다시 발목이 잡힌다.

작가는 긴 작품에 긴박감을 담기보다는 섬세함을 담아 하드보일드의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마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의지를 표현하는 어떤 문학 작품에 하드보일드한 범죄를 함께 등장시키려고 의도적으로 시도한 것처럼 보이게 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잘 어우러지고 있다.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작가는 끝을 외치는데 주인공은 여전히 사건 속에서 나오지 않는 모습은 주인공이 자신의 의지로 책 속에 남아 살겠다는 표현같다.

273쪽에서 캐신은 이런 생각을 한다. 형의 자살 미수 사건이 있고 나서다.

'자신의 생명을 끊는 것,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극단적인 소유권의 주장이었다. 망각상태로 들어가기로 선택하는 것.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 냄새와 새소리와 새벽에 대한 기대감 없이 잠을 자기로 선택하는 것.'

이 말은 자신에 대한 소유권조차 주장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말 같다. 망각할 수 없는 것이 있는 그에게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아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왜냐하면 그는 신참 형사의 죽음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가 지금 기대하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자연이라는 것은 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잘 알려주고 있다. 그는 자연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는 인간은, 그래서 작품 속에서 리조트 개발로 파괴될 위험에 놓이는 상황이 등장한다.

알 수 없는 것은 맨 처음 등장하는 부랑자 렙을 캐신이 일감을 주고 함께 있는 일인데 그가 누구인지가 수수께끼다. 그는 누구일까? 캐신에게 온 수호천사일까? 친구일까? 렙과의 관계와 가족과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 특히 원주민 가족의 일원이면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캐신의 쓸쓸함과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과거에서 현재까지 작품 속에 늘 따라다닌다.

매력적인 작품이다. 전반부는 캐신에 대한 묘사와 마을의 자연과 사람, 과거의 묘사가 좋았고 후반부는 끈질긴 캐신의 탐문 수사와 하드보일드의 전형에서 약간 벗어나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치밀함이 좋았다. 느리고 긴 호흡으로, 때로는 빠르고 간결하게 읽게 되는 호주에서 온 멋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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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6 21: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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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6 20: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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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4 0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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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4 1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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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4 1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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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4 1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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