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일과 관 시리즈를 심플하게 합쳐 놓은 작품!

외딴섬 퍼즐 ㅣ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에도 봄이 왔다. 여학생이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달랑 한명, 그래서 합해도 다섯명. 그런데 이 중에 에가미 부장과 아리스만 마리아의 할아버지 여름 별장이 있는 외딴 섬에 가게 된다. 거기다 섬에 할아버지가 숨겨놓은 다이아몬드를 찾는 보물찾기 옵션이 이들의 목표다. 하지만 추리소설연구회가 가면 어떻게 되는 지 뻔한 일, 이들의 앞에는 험난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3년 전 불행한 사고로 죽은 사촌 오빠는 풀었다는 수수께끼임을 마리아가 말하자 이들은 힌트가 되는 모아이 상을 조사하고 다닌다. 이 외딴 섬에는 이들 외에도 친척들과 이웃 별장의 화가와 의사 선생님까지 열명이 와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술에 취한 태풍이 오던 날 밤 밀실 살인이 일어나 그들을 경악하게 하고 에가미 부장을 비롯한 아리스, 마리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게 만들지만 이들은 숙취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연이어 화가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다이아몬드도 찾아야하는데 바쁘게 생겼다. 도대체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모인 사람 전원에게 작든, 어떻게 해석하든 동기는 있고 알리바이는 언뜻 보면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알아보면 모두가 없다. 범죄에 사용된 총은 어디에 누가 가지고 있는지 찾지 못하고 밀실 트릭도 풀지 못했다. 거기에 서서히 서로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직소 퍼즐을 맞추듯이 범죄를 맞춰야 하고 거기다 보물 찾기도 퍼즐처럼 풀어내야 한다. 사방이 퍼즐이다.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퍼즐이 그렇듯이 하나하나 잘 맞추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려주고 있다.

이런 고립된 섬을 무대로 일본 작가를 비롯한 추리소설가들은 클로즈드 서클을 만들어 독자들과 공정하게 두뇌 게임을 벌인다. 아가사 크리스티도 그랬고 에도가와 람포 또한 그랬다. 경찰의 개입없이 탐정의 힘만으로 범인을 찾는 동시에 독자에게 모든 단서를 제공하며 독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그래서 어김없이 결론을 내리기 전에 작가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그리고 나는 답을 했다. 맞췄다. 이것이 바로 본격 추리소설을 좋아하게 되는 마력이다. 아직도 범인을 찾아내는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줘서 참 고마웠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서 이 작품은 전작인 <월광게임>보다 한단계 성숙하고 발전한 작품이다. 한마디로 김전일이 등장하는 만화와 유키토 아야츠지의 관 시리즈를 단순하고 심플하게 합쳐 놓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비로소 이 작품을 통해 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특징을 알게 되었다. 아리스 시리즈라고 아리스가 탐정은 아니다. 에가미 부장이 탐정이고 아리스는 그를 따라다니는 조수에 불과하다. 어쩌면 에가미 부장의 전수자나 아니면 다음 시리즈로 도약을 위한 화자로서의 자질, 즉 글쓰기에 힘을 쓰는 왓슨적인 모습이 이 시리즈의 본 모습이다. 에가미 부장은 어딘가 속세를 초월한 느낌을 준다. 작품의 스타일은 심히 김전일스러운데 에가미 부장의 모습은 김전일의 방방뜨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술 마시며 낭만적으로 읊던 <루바이야트>처럼 쓸쓸하며 시적이다. 크~ 반할만한 주인공이다. 여기에 귀여운 아리스까지 있으니 이 시리즈의 진면목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이 영원한 여행길을 사람들은 그저 떠나갈 뿐,
돌아와 비밀을 풀어주는 사람은 없다네.
조심하렴, 이 숙소에 두고 가는 것이 없도록.
한 번 떠나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다네.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은, 들어 보렴 사키,
이제 저 자랑스러운 대지의 품에 잠들었단다.
술을 마시며 내 이야기를 들어 보거라.
저 사람들이 하는 말은 그저 바람이란다.

128쪽에서 에가미가 읊조리는 <루바이야트>의 한 대목은 마치 추리소설의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도 같고, 이들 젊은이들의 청춘을 이야기하는 것도 같고,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같은 진짜 퍼즐은 이 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어울렸다. 술 마시며 이런 시를 읊는 주인공이라 더 멋있다. 에가미 부장을 보기 위해서라도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