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람과책) 3
센카와 다마키 지음, 김숙이 옮김 / 사람과책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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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에 감염된 의사, 사랑에 감염된 여자, 사건과 사고에 감염된 텔레비전, 특종에 감염된 기자, 슬픔과 좌절에 감염된 인간, 비인간적 행위와 검증에 감염된 과학 등 각종 감염이 가득 채우고 있어 제목이 왜 감염인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짧은 작품 안에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기에는 약간씩 모자라지만 그 행간을 못 읽을 정도는 아니다.

모양새는 결혼한 남자를 이혼시키고 결혼한 것이 되었지만 유능한 외과의사인 남편은 이혼 후 청혼했었다. 그런 그가 변했다. 말이 없는 남자이긴 하지만 하즈키를 완전히 잊은 것처럼, 남남처럼 대한다. 대화는 없고 그가 무엇을 하는 지 갑자기 호출을 받고 어디로 가는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던 중 남편의 아들이 유괴범에게 살해되는 일이 발생하는데 남편에게는 연락이 안된다. 게다가 남편이 용의자로 경찰이 찾기 시작하고 남편은 사라지고, 그러는 가운데 서서히 남편의 죽음과 함께 하즈키에게 남편이 무엇을 했는 지를 조사하게 만든다.

당신에게 자식이 있는데 지금 죽어가고 있다. 인정받지 않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고 누군가 말을 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물며 수돗물을 만병통치약으로 팔아도 팔리는 세상인데 말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런 절실함을 모른다. 과학이란 양날검과 같다. 증명되었더라도 언제 어떤 결과를, 부작용을 초래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과학의 힘에 의해 인간의 병은 낫게 되기도 했고 수명은 연장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치의 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냥 비판적 시각만을 가지고 과학자들이 설상 사기를 치더라도 믿고 싶어지게 된다. 왜냐하면 살고 싶으니까. 건강해지고 싶으니까. 그것은 당연한 인간의 본능 아닌가.

그런데 자신이 의사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죽어가는 자식을 바라볼 수 있을까? 그렇다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잔인함이다. 헌집 줄께 새집 다오도 아니고 어떻게 자신의 아내에게 모르쇠로 일관한 것일까? 하즈키는 이해했을지 몰라도, 같은 분야의 종사자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지만 잔인한 일이었다. 거기에 무조건 뛰어든 것도 안일했다. 하즈키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일이 확산되었다는 것은 개연성이 부족하다. 하즈키의 잘못이 있었다고는 해도 이래서야 아이의 목숨을 가지고 이래죽나 저래죽나 한 것 같이 보이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병원만 등장하면 흥분을 한다. 언젠가 사시교정을 위해 잠깐 수술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때 수술실로 향하면서 내 머리 속을 스친 생각이 <코마>였다. 무서웠다. 이 작품은 무서우라고 쓴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장기이식을 받게 해서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고뇌가 담겨 있다. 그것과 함께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가지 불법과 부작용, 거기에 돈만 벌고자 하는 어디에나 있는 사람까지 다각도로 문제를 짧고도 쉽게 담아내고 있다.

약간 분산된 느낌도 주지만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특히 과학자의 시각에서 고뇌하고 사랑 때문에 고뇌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표현되고 있다. 이런 이종 이식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연구하고 있다고 한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쉽게 이야기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는 이야기를 무겁지만 잘 보여주고 있다. 깊이는 없지만 생각해볼만한 여지는 남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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