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암살자
데이비드 리스 지음, 남명성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은 뒤 내가 낸 소리는 '으음~'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도덕적이라는 말과 암살자라는 말이 안 어울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50%정도는 긍정적으로 해석하고도 싶은 마음이고 하니 '오오~'라고 할 밖에.

데이비드 리드의 팩션을 좋아한다.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을 시작으로 그에게 에드거상을 안겨준 <종이의 음모>, 그리고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부패의 풍경>까지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한 시대를 읽었고 그 시대를 스릴있게 그의 안내로 돌아다녔다. 그래서 그의 현대물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제목부터가 뭔가 심상치않음을 알려주지 않는가 말이다. 도덕적 암살자라니...

대학을 가기 위해 백과사전 외판원을 해야 하는 렘은 똑같이 할당받은 구역에서 백과사전을 팔기 위해 한 집에 들어가 계약을 막 끝낸 참이었다. 그런데 그때 한 남자가 등장해서 부부를 총으로 쏴 죽인다. 너무 놀란 그에게 그 암살자는 렘을 죽이기는 싫지만 그가 경찰에 자신을 신고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며 신분증과 총에 그의 지문을 찍어 만약에 대비하고 그를 보내준다. 그 일로 렘의 백과사전 판매와 플로리다에서 자치구로 있는 그 지역 서장과 죽은 남녀의 일이 얽히고 설켜 렘을 조여오고 살인자 델포트는 마치 렘이 친구인냥 그의 곁을 맴돈다.

1980년대가 배경이다. 지역은 무더운 플로리다다. 작가가 채식주의자라니 그에 걸맞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나는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지구와 인간 이외의 모든 종을 위해서라면 인간 전체가 한날 한시에 손잡고 자살하는 방법이 제일 낫다고. 그게 아니라면 다 소용없고 부질없는 일이다.

그런 점, 내가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빼면 괜찮은 스릴러다. 뭐, 약간씩 김빠지는 일도 있지만 우악스럽지 않고 지저분하지 않으면서 매끄럽게 읽으며 약간 생각할 여지도 남기고 있다. 그 마지막에 교도소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무척 공감이 간다. 홍길동이 여기에 어울리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득권자들에게는 도둑인 범죄자지만 소외된 자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의 꿈을 안겨주는 혁명가인.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교도소가 교화의 장소가 아닌 것만은 틀림없고 범죄자를 더 만들어내는 것도 같으니까.

왜 델포트는 죽인 사람들이 죽어 마땅하다고 하면서 렘은 살려준 걸까? 죽은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죽은 걸까? 그리고 이 플로리다에서 고립된 것 같은 자치구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경찰 서장이자 시장인 짐 도와 백과사전 방문판매 책임자인 겜블러는 어떤 관계가 있어서 함께 델포트가 죽인 시체를 처리하는 것일까? 그 뒤에 있는 어린 남자 아이들의 조언자라고 자신을 생각하는 비비와 그의 무서운 여비서는 렘의 뒤를 쫓는 것일까? 어린 렘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 나갈 수 있을까? 자신과 같은 처지의 외판원들에게조차 협박당하는 상황에서. 대학에나 갈 수 있을런지...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담아서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하다보니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눈에 띠고 작가가 자신의 의견을 과도하게 쓰고 있는 것 같아 소화하기 거북한 점도 있지만 가끔 소설속에서라도 이렇게 시원한 해결이 나오지 않으면 현실을 살아가기 버거운 관계로 그렇게 이해하고 싶다.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어벤저>처럼 말이다.

플로리다의 무더위와 돼지들의 오물로 가득찬 농장 한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지금 먹는 것을 수입하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 돼지뿐일까? 소, 닭도 마찬가지다. 다큐멘터리를 그렇게 보여줘도 사람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데올로기 문제일 수도 있고 인간 본성이 가진 가진 자는 더 갖고 싶고 못 가진 자는 늘 못 가진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려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읽는 내내 역겹긴 했다. 그렇다고 내가 채식주의자가 될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스릴러의 색체를 띤 이데올로기 비판서 내지는 인간이 왜 채식을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서적같은 느낌도 들었다. 스릴러가 너무 반전과 잔인함으로만 가득 찬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딴 길이 스릴러로 포장된 것도 좀 그렇다. 여기에 렘과 델포트의 전혀 다른 처지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은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 책에서는 어울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중에 알게 되는 델포트의 배경때문에 그의 궤변이 더욱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런 많은 것들이 스릴러를 스릴러같지 않은 느낌으로 몰아가고 스릴을 느끼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그 많은 스릴의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역시 데이비드 리스는 팩션이 더 잘어울린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데이비드 리스, 팩션으로 돌아와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