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사나이
김성종 지음 / 뿔(웅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2007 올해의 추리소설 <안개 속의 살인>의 표제작인 동명의 단편 작품을 작가가 장편으로 다시 출판한 작품이다.

단편을 읽었을때의 서평을 보면 '김성종의 <안개 속의 살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개가 주인공이다. 새벽안개로부터 시작되어 안개 때문에 살아나고 하지만 그로인해 그의 머리는 뒤죽박죽 안개 속에 쌓이게 되고 결국 인생이라는 안개 속에 휘말리게 된다. 이야기를 보면 처음에는 너무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개에 초점을 맞춰 다시 작품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안개와 맞물려 돌아가게 만든 작가의 노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좀 남는 작품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겠지만...' 이렇게 썼다.

이 작품은 거기에 형사들의 사건 추적을 범인이 유추한 수사노트를 번갈아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어찌보면 안개 속에서 암살을 한 청부살인자가 안개 덕분에 타고 가려던 비행기를 못타고 그 비행기가 추락해서 목숨을 구했으니 고마워할 법도 한데 인생이란 안개 속 같아서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듯 늙은 청부살인자가 그로인해 잃어버린 한 여인만을 생각하게 만들고 자신의 감을 잃게 만든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주인공은 형사들이 자신보다 더 뛰어났다고 말을 하지만 이미 게임을 포기한 자에게 그것은 칭찬도 아니고 넋두리일뿐이다. 형사들이야 범인을 잡아서 좋기는 하겠지만. 형사들의 뒤쫓는 모습이 사실처럼 잘 표현되고 있다. 긴장감은 없지만.

226쪽에 그래서 이렇게 쓰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내 자신이 그 싸움에 뛰어들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나는 마치 막연히 날씨가 개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추리소설을 아주 단순하게 만들려고 쓴 작품같이 느껴진다. 그 추리소설 속에 단순한 인생을 넣어 작가도 무언가를 기다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또한 늘 막연히 무언가 기다리고 있음을 느꼈다.

입양아로, KGB공작원으로, 청부살인자로, 추리소설가로, 어떤 것이 자신의 진짜 인생이고 원한 삶인지도 모르는 이제는 나이가 들고 잃을 것이 별로 없고 쌓아둔 것도 없다고 생각한 주인공이 그래도 자신에게 아직 잃을게 남았음을 느끼고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영화 에도 나왔지만 정훈희의 <안개>라는 노래가 이 작품과 너무도 잘 어울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택시 안 라디오에서 나온 노래가 배호의 노래가 나오지 않고 정훈희의 <안개>가 나왔더라면 더욱 좋았겠다고 읽는 순간 나도 몰래 흥얼거렸기 때문이다.

나 홀로 걸어 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 생각하면 무엇하나 지나간추억 /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 바람이여 안개를 거둬가다오 / 안개속에 영원히 하염없이 나는간다

주인공의 마음에 딱 맞는 노래다. 주인공이 비오는 거리에 버려진 강아지를 주워 애견 미용실로 데려가 이름을 '미주'라고 할때 이 노래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도...

너무 단순한 구조와 스토리라 추리소설로 트릭이나 스릴, 반전같은 요즘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는 롤러코스터같은 맛은 없지만 옛노래같은, 인생의 쓸쓸함이 느껴지는 인생극장같은 추리소설이었다. '모두가 안개 속에서 헤맨다. 그러나 아무도 벗어날 수가 없다.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말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