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인간
심포 유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들녘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어머니가 자신이 떠나면 홀로 남겨질 이제 서서히 나아지고 있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그 뒤를 가쓰미가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기 직전 소생하고 다시 식물인간 판정에서 깨어나 기억은 모두 잃었지만 갓난아이가 태어나서 한 명의 어엿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가쓰미의 어머니가 적은 병상 일지를 통해 8년 동안 가쓰미가 어떻게 기적의 인간으로 다시 일어서게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작가가 심포 유이치인 만큼 어느 정도 미스터리에서 벗어난 방식일 거라고는 짐작을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방법으로 인간의 본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가쓰미가 퇴원을 하고 자신의 과거, 학교를 졸업한 졸업장이 없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면서 서서히 작품은 가쓰미의 과거로의 여정을 따라가며 미스터리를 비로소 만나게 된다.

‘나’라는 인간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억이다. 과거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것을 함께 공유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어떤 것이 요구될까? 그 기억을 함께 공유했던 과거의 사람들의 존재다.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과거의 자신을 기억해주는 가족, 친구, 이웃들. 가쓰미에게 가족이 없다. 기억을 잃은 뒤에 알게 된 사람들은 있다. 하지만 과거의 사람들은 없다. 그런 이유로 가쓰미는 자신의 과거를 찾아 떠난 것이다. 그 기억이 어떤 기억이었든지 간에 과거가 없는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니까.

가쓰미는 8년 전의 과거의 가쓰미와 8년 후의 가쓰미로 나누어 봐야 할 것인가가 고민이 되긴 했지만 인간은 어떤 일을 겪지 않아도 세월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변한다. 본성은 변하지 않는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너무 매정하게 된다. 심포 유이치가 말하려고 하는 것에서 한참을 벗어나게 되는 것 같다.

기적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적이라고 하기보다는 그저 명이 다하지 않아 살아갈 날이 남아 있기에 소생한 것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똑같은 상황에서 누구는 회복하고 누구는 회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니 현대 의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기적이라고 말하는 거라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조물주께서 모든 인간을 공평히 만드신 거라면 기적이란 말은 불필요하고 아니라면 조물주께서 불공평하다는 말이 되니 선택은 자유다.

기적이라는 것은 소생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이 하려는 것을 행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이 기적인 것이다. 가쓰미가 기적의 인간인 것은 마지막에서 자신과 마주하고 자신을 되찾을 용기를 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참 답답하게 전개되는 작품이기도 했고 마지막에서는 뭐라고 할까 이건 좀 이상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래도 끈기 있게 가쓰미를 따라가게 만들어 결국 가쓰미에게 동화되게 하는 작가의 힘, 이것이 미스터리이자 기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것은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 인간이 인간에게 선사할 수 있는 인간애, 인류애의 한 방식, 인간 구원의 기적이라고 받아들이고 싶기 때문이다. 정말 작가의 이름에 걸 맞는 기적 같은 휴먼 미스터리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2-13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3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08-02-13 19:08   좋아요 0 | URL
그...이틀에 한 권이면..일년에 182.5권을 읽는다는...
한 달에 15권...그게 바로 엄청난 숫자라니까요, 만두님! =_=
혹시 서재에 몇천 권 아니 몇만 권 있는거 아닙니까.(웃음)

물만두 2008-02-13 20:06   좋아요 0 | URL
작년에 243권 읽었답니다^^
백수라서 가능해요~
몇천권은 아니고 2천권 못되게 있을 겁니다^^ㅋㅋㅋ

인조인간 2009-10-21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어어어억.....

물만두 2009-10-21 19:44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