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사기꾼
후지무라 이즈미 지음, 김현영 옮김 / 시아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절친한 친구라 생각하고 아버지에 대해 비밀 이야기를 했다 합격한 회사에 친구가 그 말을 퍼트리는 바람에 취소당하고, 취직한 증권회사에서는 상사보다 능력 있으면서 아부 못하고 애교 없다는 이유로 상사의 농간으로 퇴직당하고 거기다 동종업계에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바람에 재취업도 할 수 없게 되고, 사귀던 호스트에게 전 재산을 사기 당하자 술에 취해 거리를 방황하던 리리코는 노숙자 젠씨를 만나 그가 아버지와 같은 사기꾼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사기로 자신을 망친 사람들에게 복수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 재능을 살려 복수 사업을 시작한다.

이 책은 사기를 당할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남에게 사기 치면 결국에는 비참한 최후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지만 그래도 한번쯤 복수를 꿈꿔본 소시민들에게는 후련한 보상심리를 안겨줄 것이다. 책을 읽는데 자꾸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칼 갈아요~’ 우리는 잘못도 비슷하게 저지르고 당하기도 비슷하게 당한다. 그러니 이 책을 보고 같은 방법으로 복수를 꿈꾸는 이들은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이 툭 잘린 듯 끝나서 어? 파본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이 결말 없는 끝은 뭔지 참... 하긴 이 책에 결말이 있을 리가 없다. 아직 복수를 꿈꾸는 이들은 리리코를 찾을 테고 리리코는 언젠가 만날 아버지를 기다리며 이 일을 계속할 테니까. 그래도 친절하지 않은 마지막이었다.

‘친절한’이라는 단어와 ‘사기꾼’이라는 안 어울리는 조합도 없을 것이다. 결국 리리코도 사업만 복수지 그 뒤에 복수라는 이유로 복수의 대상에게 더 심하게 대하니 그렇게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드는 일도 있지만 이건 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작품의 결론은 사기는 치지도 말고 당하지도 말고 죄짓지 말고 살자가 아닌가 싶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을 테니까.

이 중에 아이들을 운이 없어 일류가 되지 못한 자신 대신 일류로 만들겠다고 사채까지 써서 학원 보낸 아줌마의 사연이 나온다. 이 이야기는 지금 우리의 학부모들이 꼭 좀 봤으면 좋겠다. 어떤 것을 일류라 생각하는지도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고 어쩌면 당신도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하고도 싶다. 하지만 그분들은 이 책 볼 시간도 없겠지.

그래도 복수를 원하는 사람들과 대놓고 사기꾼임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괜찮아 보이는 건 사기꾼이 아닌척하면서 사기치고, 빼앗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뻔뻔한 사람들이, 그런 가진 자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지금도 뼈 빠지게 일하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그걸 날로 먹는 사람들 천지고 오히려 당하는 사람을 바보라 여기게 만드는 사회 현상이, 그런 얼굴 두꺼운 사람들이 판을 치고 날뛰게 만드는 오늘날 우리들의 우스운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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