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살인 방정식
기예르모 마르티네스 지음, 김주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수학으로 풀어내는 치밀한 살인의 미학’이라는 문구를 접하고 수학자가 등장해서 수학을 가지고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범과 대결을 한다는 이야기에 솔직히 읽기 전에 겁을 먹은 건 사실이다. 워낙 수학에 약한 인간인지라. 거기다가 처음에 기본처럼 등장하는 수열도 몰라서 끝까지 읽으면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와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누가 범인일까? 그는 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수학자에게 도전장을 전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본격 추리소설답게 여기저기 단서를 남겨서 독자로 하여금 페어플레이를 하겠다는 느낌을 준다.

하필이면 옥스퍼드로 수학을 연구하러 왔다 자취를 하게 된 노부인이 살해될 게 무어람? 그 덕분에 수학을 전공하는 화자는 대 수학자와 함께 사건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니까 오히려 그에게는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마지막까지 결말을 알아내는 인물인데 비해 그의 이름을 알 길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무명씨인 화자 ‘나’로만 머물게 하기에는 작가에게는 좀 아쉬운 캐릭터 같이 느껴졌다.

옥스퍼드라는 지명을 보니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시리즈가 생각이 난다. 또한 영국이니만큼 작가는 물론 영국인이 아니지만 아가사 크리스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어쩌면 영국, 옥스퍼드라는 배경을 사용하며 본격 추리소설의 대가에게 경의를 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한없이 걱정스럽고 또한 답답함을 느끼게 되었다. 가장 극적인 반전이라고 하면 아마도 맨 마지막 장이 아닐까 싶다. 그곳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화자도.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그다지 놀랍지 않았던 평범한 작품이 마지막 한 줄에서 확 살아난 느낌이 들었다.

고전적 트릭의 작품을 맛보고 싶은 독자라면 괜찮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본격 추리소설로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쉽게 넘긴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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