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고양이 -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단편집
니키 에쓰코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일본 추리작가협회 단편상을 수상한 작품들의 모음집으로 제1회부터 제7회까지는 탐정작가클럽상, 제8회부터 제15회까지는 일본탐정작가클럽상, 제16회 이후는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이라고 이름을 바꾸어 계속되고 있다. <초승달>은 단편부문 수상작품이고 <해만장 기담>은 1회뿐이었던 신인상 수상 작품이다.

이 단편집의 의의라고나 할까 아니면 꼭 읽어야 하는 이유를 들자면 지금 일본 추리소설이 국내에서 모처럼 붐을 이루고 있는데 일본 추리소설의 변화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그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순서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정상 포함되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이 작품들만으로도 일본 추리소설의 역사를 보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추리소설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데 탁월하기 때문에 그 시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장르 소설이다. 우리와 전혀 무관할 수 없는 이웃나라인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전쟁 당시에는 <매국노>라는 나가세 신고의 스파이 소설 같은 작품이 등장했고 그 작품을 통해 당시 일본의 사정을 조금이나마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다. 또한 <해만장 기담>에서는 이때 이미 세계적으로 나가는 국력을 과시하듯 거대한 스케일의 트릭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쟁에서 패한 뒤 돌아온 자들의 모습과 사회상을 알 수 있는 히가세 죠기치의 <여우의 닭>도 눈에 띤다.

이런 작품이 있는가 하면 문학성 있는 추리소설을 지향했던 기기 다카타로의 <초승달>을 통해 오늘날의 일본 추리소설의 영향력과 경쟁력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인간성에 대한 고뇌가 소재인 작품, 트릭이 중요한 작품, 야쿠자의 세계를 알려주는 작품, 의학 스릴러 또는 심리 스릴러를 사용하는 작품, 일상의 미스터리와 정통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작품 등 골고루 볼 수 있는 출판사가 계속 출판을 기획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Golden Age Mystery’ 시리즈의 1편으로 가장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가장 독특하게 생각한 작품은 쓰노다 기쿠오의 <피리를 불면 사람이 죽는다>라는 도전적이며 경찰도 꼼짝 못하게 하고 법률마저도 돌파해버리는 완전범죄에 대한 단순하면서도 간단한 이야기 구조다. 제목도 근사하고 추리적인 멋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렌조 미키히코의 <돌아오는 강의 정사>는 한 시인의 시와 그가 남긴 몇 가지 단서만을 가지고 그의 친구가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인데 그 특이한 점이 마음에 들었고 로맨스 소설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사랑에 대한 집착이 시를, 천재적인 시를 만들었다는 진부하지만 추리소설적으로는 참신한 구성이라 좋았다.

물론 모든 작품이 하나의 작품의 모태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어 좋았고 <손님>, <빨간 고양이>, <휘파람새를 부르는 소년>은 전에 읽은 작품이었지만 다시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이렇게 수상 작품들만을 모은 단편집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 역자가 뒤에서 밝혔듯이 지금 나온 것이 오히려 좋았다고 생각된다. 지금 일본 추리소설을 읽고 있다면, 읽으려고 생각을 하고 있는 독자라면 절대 지나쳐서는 안 되는 단편집이다. 꼭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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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8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28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콤한책 2007-09-2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저 낚였슴다. 글구 <삼월은 붉은 구렁을> 넘 재밌게 봤슴다. 땡큐땡큐^^

물만두 2007-09-29 10:59   좋아요 0 | URL
다행입니다^^
달콤한책님 낚여볼만 하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