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지 마
카린 포숨 지음, 김승욱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린 포슙의 세예르 경감 시리즈가 또 출판되었다. 이 작품이 갖는 의의는 지금 많이 출판되는 영어권 작품들과 일본 작품들, 그 사이에 드문드문 출판되는 프랑스, 독일 작품들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한정된 작품들 사이에서 노르웨이라는 북유럽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경찰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누가 사악한 늑대를 두려워하는가>가 먼저 나왔는데 시리즈라도 그다지 연결되는 점이 없어 다행이도 뒤에 나온 작품을 먼저 읽고 이 작품을 읽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역시 시리즈는 출판된 순서대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늘 그렇지만.

작은 마을, 모두가 알고 있는 스무 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어린 아이의 실종 신고가 들어온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히 돌아왔지만 아이가 오는 도중 산에 있는 호수에서 벌거벗은 여자를 봤다는 얘기를 한다. 그 아이는 이제 열다섯 살의 아니라는 소녀였다. 그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잘 아는 소녀. 어떤 상처도 없이 익사한 시체, 폭행의 흔적도 없고, 자살도 아니어서 세예르 경감은 당혹스럽다. 그런데 아이가 작년부터 이상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모두 그 아이의 언니라면 몰라도 왜 그 아이가? 라는 말을 한다. 한편 아니의 남자 친구는 아니가 맡겨둔 암호가 걸린 디스켓의 암호를 풀려고 아니와 나눈 대화, 아니가 좋아하던 것들을 생각하며 전전긍긍한다.

작은 마을에서는 감출 수 있는 비밀이 거의 없다. 숟가락이 몇 개인지 까지 다 아는 마을에서 산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안심이 될 때도 있지만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들은 고립되게 마련이다. 소문만으로도 좋은 이웃이 낯선 타인보다 더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76쪽과 77쪽에 걸쳐 이런 말이 나온다.

"저기 피오르드에 바다뱀이 있대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에요. 바다에서 노를 젓다 보면 배 뒤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바다뱀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소리래요. 그럴 때는 뒤를 돌아보면 안 돼요. 무조건 계속 노를 저어야죠. 바다뱀을 계속 무시하면서 건드리지 않으면 암 일도 없지만, 뒤를 돌아보다가 바다뱀하고 눈이 마주치면 바다뱀이 사람을 끌고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간대요. 전설에 따르면, 바다뱀의 눈은 빨간색이래요."

이 작품 제목을 알 수 있는 대목이자 이 작품의 사건의 성격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정말 돌아보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생각해서도 안 되는 것도 있고, 가장 중요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사건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 마을에서 벌어진 일을 차근차근 작가는 풀어가고 있다. 계속되는 탐문 수사와 그 수사에서 나타나는 실마리를 가지고 다시 추적을 하고 또 탐문 수사를 하고 세예르 경감은 사람들이 질릴 때까지 찾아다니며 살인자를 찾는다. 개가 냄새를 맡고 점차 추적의 강도를 높여서 마지막에 목덜미를 물어버리듯이 그렇게 좋은 할아버지이자 상처한 홀아비인 세예르 경감은 때론 강하고 끈질긴 관록 있는 노련한 형사처럼, 때론 인자하고 연민 가득한 이웃 아저씨처럼 다가가서 사건을 해결한다.

전작 <누가 사악한 늑대를 두려워하는가>보다 읽기 쉽지만 평범한 내용을 오밀조밀하게 구성해서 경찰 소설을 보는 맛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시리즈를 전부 보고 싶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세예르 경감을 더 만나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석 2007-09-18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체크체크.

물만두 2007-09-18 11:16   좋아요 1 | URL
이 시리즈 좋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