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게 되면 기대 반, 호기심 반이 된다. 일단 추리소설이니까 내게는 점수 따고 들어가는 셈이지만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 어떤 작품일지는 읽어봐야 알 수밖에 없다. 그래도 선입견을 갖지 않게 되어 좋다.

이혼한 지 1년 된 그냥 형사도 아니고 기동수사대 형사로 오토바이를 타는 라이더인 다키코가 삐삐가 소통의 수단인 시대에 여자가 왜 형사냐는 눈초리를 하는 편견에 사로잡힌 가정사로도 골치 아픈 베테랑 형사 다키자와와 한 조가 되어 처음에는 말도 안 되어 보였던 사람이 눈앞에서 갑자기 불에 휩싸여 죽은 사건을 시작으로 개가 연속적으로 사람을 물어 죽이는 연쇄 사건을 풀어간다.

500쪽이나 되는 두툼한 책이 오토바이 경주를 보는 것 같이 순식간에 읽혔다. 도대체 이 얼어붙은 도시에서 누가 야수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만들어 놓고. <야수는 죽어야 한다>라는 제목의 작품이 두 편 있었다. 영국작가 니콜라스 블레이크의 1938년 작품과 일본작가 오오야부 하루히코의 1958년 작품이 있다. 이들 작품을 언급한 것은 이 제목이 이 작품의 범인이 생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이 쫓는 것도 야수다. 사람을 물어 죽이는 야수.

심리묘사가 탁월한 작가라고 하는데 정말 단순한 작품을 경찰들 사이의 심리 묘사와 경찰의 탐문 수사 과정에서 겪는 일들에 대한 묘사, 다키자와의 심리 묘사, 마지막 장면에서의 야수에 대한 심리 묘사와 다키코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작품에 빨려 들게 만들어 사로잡는다. 거기에 마지막 추격신은 정말 내가 달리는 것 같은 몰입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왜 자꾸만 야수가 되어 가는 것일까? 우리는 왜 자꾸만 야수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우리를 차가운 도시 속을 달리게 만드는 걸까? 무심함, 서로에 대한 이해부족, 신뢰부족, 소통부재, 그리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찾아내는 폭력, 외면, 도망, 거짓말, 서로에게 상처주기, 그래서 남는 것은 야수가 되거나 야수를 만들거나 하는 일뿐 아닐까. 금수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짐승보다 못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어서 나은 점이 하나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생각나지 않는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가슴 한쪽으로 찬바람이 들어왔다. 아프다. 하지만 그 마지막이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결말이 결말답지 않으면서 이 작품의 결말다웠다. 경찰 소설의 멋진 추격, 범인을 잡을 때까지의 경찰의 모습을 세밀하게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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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7 1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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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7 1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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