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라는, 아니 인간을 품고 있는 자연이라는, 아니 더 넓은 우주의 모든 것이 미스터리다. 우리는 커다란 것도 알지 못하고 작은 것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미스터리는 늘어간다. 산다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인데 그 일상이 미스터리가 아니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회사의 사내보 편집을 하는 후배에게 단편을 의뢰받은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소개시켜주고 그 남자는 익명이라는 조건으로 그 회사 사내보에 한 달에 한번 글을 올린다. 소소하고 작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미스터리들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고 있다.

이 중에 사람이 죽는 경우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일상에서 일어날만한 일들이다. 그렇다고 무시해도 좋을 자잘한 건 아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미스터리는 이렇게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단편들이다.

하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조금 긴 편집후기다. 그 후기야말로 이 단편들을 모두 모은 것보다 더 큰 여운을 준다. 하나의 잡지의 완결을 제대로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다. 단편이 시작될 때마다 사보형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특이했다. 거기에도 미스터리가 있다고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사람은 변한다. 미스터리도 변한다. 그 변화 속에서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늦게 전화를 해도 받아주는 친구, 누명을 쓰고 그것을 모두 믿고 있지만 누군가 한명쯤은 나를 믿어줄 사람, 작은 눈속임으로라도 사랑하는 이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 내 마음이 흔들릴 때 나를 잡아 줄 보이지 않는 끈, 그리고 벚꽃이 몇 번을 피고지고 피고지고를 반복해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의리 등등...

내 미스터리한 일상은 어떤 것일까? 당신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며칠 전 목욕을 갔다 엄마가 옥팔찌를 잃어버리신 것을 사흘이나 지나 생각해 내셨다. 너무 늦게 알아 가방을 아무리 뒤져봐도 없었고 목욕탕에서는 가방에 넣은 기억은 있는데 그 뒤에 슈퍼와 빵집에 들르셨다니 거기 어디쯤에서 흘리셨다 생각하고 체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일요일 목욕을 갔다 오신 엄마가 옥팔찌를 찾으셨다고 한다. 그 가방의 다른 작은 주머니에 들어 있던 것을 거기만 안 찾아본 것이었다. 이것도 미스터리가 아닐까? 그때 사탕이 먹고 싶어 그 주머니를 뒤지지 않았다면 사탕에 딸려 그 팔찌가 올라오지 않았을 테니까.

잔잔하면서 소소한 미스터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이런 미스터리도 좋다. 늘 스릴 넘치고 반전에 긴박감을 느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 면에서 미스터리를 읽으며 한 박자 삶을 쉬어갈 수 있어 좋았다. 무덤덤한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공포와 끈질김 또한 매력적이었다. 역시 미스터리는 그래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소박해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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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7-08-14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잔잔하면서도 매력 있는 책이죠.^^

물만두 2007-08-14 10:21   좋아요 1 | URL
네, 이제야 서평을 올리네요. 써놓은지는 읽고 바론데요^^:;;

순오기 2007-08-1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리한 일상이라~~ 내게도 그런 일상이 존재하는지 찾아봐야겠군요.
물만두란 아이디가 반가워서 흔적 남겨요~~ 울 딸 별명이 고게(탄)만두라서!

물만두 2007-08-14 15:57   좋아요 0 | URL
하하하 탄만두^^
반갑습니다~

알맹이 2007-08-14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았어요~ ^^

물만두 2007-08-14 22:16   좋아요 0 | URL
저두요^^

실비 2007-08-1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일상도 미스터리도 될수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만두 2007-08-16 13:17   좋아요 0 | URL
그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