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영혼 2 -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막심 샤탕이라는 이름도 독특한 프랑스 작가가 미국을 무대로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해 쓴 3부작이다. 3부작이라서 그런지 1부인 이 작품은 전주, 시작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쇄 살인 사건이 소재인 추리소설을 읽으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이 작품에도 등장하니 소재 면에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FBI에서 유능한 프로파일러가 되고자 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선의 경험도 중요하다는 말에 참을성이 없는 독불장군형인 주인공 조시 브롤린은 그럴 바에야 경찰이 되어 자신이 배운 것을 활용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경찰이 되어 경찰서 내에서 유일하게 FBI 출신 경찰로써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던 그에게 여자들만 잔인하게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이 나타나지만 그는 3번째 피해 여성을 구하면서 범인을 살해하는 개가를 올린다.

1년 뒤 모방범죄라고하기에는 너무도 정교한 그때의 살인 수법과 동일한 범죄가 다시 발생한다. 여기서부터 작품은 다른 작품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범인은 과연 모방범인가? 아니면 무덤에서 죽은 살인자가 되살아난 것일까? 오싹한 공포와 함께 그때 살아남은 줄리에트를 점점 조여오고 그녀를 지키려는 브롤린을 더 초조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줄리에트를 통해 작가는 살아남은 피해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작품 속에서 피해자의 심리를 알기는 어렵다. 단편적으로는 알 수 있지만 이미 그들은 희생되었거나 너무 마지막에 등장하기 때문에 그런 심리를 자세하게 공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줄리에트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고 화를 내게 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해를 다는 아니더라도 할 수 있게 된다. 줄리에트가 있었기에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읽을 수 있었다.

2권의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온다.

296쪽에 보면 줄리에트는 이런 생각을 한다. <정신병자들이 정신병원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었다.>

그렇다. 피해자는 누구든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누가 가해자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피해를 당한 뒤에 알아봐야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가해자들은 어디서 나타나는 것일까? 그들은 왜 가해자가 되어야만 했던 것일까? 단순히 세상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뉘었기에 선한 사람이 있으면 악한 사람도 있는 법이라고 그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피해자는 단지 운이 나빴던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이고? 작가는 이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또한 308쪽을 보면 경찰이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은 악한가? 인간이 그렇게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건가?"

사실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범죄자는 없다고 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를 보통 사람들의 상식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지 그들은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악이라는 목적을 위해 살인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도 이 작품이 3부작임을 예고하듯 아직 악의 영혼은 많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단테의 <신곡>이 이 작품에도 등장을 한다. 단테의 신곡을 어쩌면 경찰이나 프로파일러의 필독서로 지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범죄자도 지옥으로 갔다가 다시 올라오기를 바란다. 그들 나름의 제멋대로의 해석이지만 결코 지옥에 남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이 바라는 천국 같은 세상과 우리가 바라는 천국 같은 세상이 공존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코 접점이 보이지 않지만 평행선으로 영원히 나란히 같이 가야 하는... 하지만 한쪽은 늘 침범하는 쪽이고 한쪽은 늘 침범당하는 쪽이다. 이런 모순을 작가는 2부와 3부에서 또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악의 영혼은, 그리고 브롤린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참, 검사보의 활약이 이 우울하고 어두운 작품에 가끔 유머와 기발한 단서를 선사했다. 그 젊은 검사보가 다음 작품에도 나올지도 궁금하다. 프랑스 작가가 미국을 무대로 쓴 뻔한 작품일 뻔 했는데 마지막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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