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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내 몸에서 근육 한 조각을 떼어내는 일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었다. 아픔? 흉터? 그런 것은 상관도 없었다. 내가 정말 화가 났던 건 내 근육 한 조각을 소유(?)하고 있던 병원에서 다른 병원에 그 근육의 샘플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을 때 그들이 그것은 내 것이 아니고 병원 것이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했던 때였다.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생명공학에 대해 유전자 특허를 신청하기 위해 별별 유전자를 다 만들어 내는 코미디같은 모습, 회사의 중요한 상품을 빼돌려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하고 다시 그를 잡으려는 현상금 사냥꾼, 시신을 파는 의사, 빠른 특허를 위해 무조건 인간에게 실험을 하고 보는 연구원, 종교의 힘으로 유전공학의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사람과 아랫사람의 성과를 도둑질하는 높은 사람, 말하는 오랑우탄에 산수하는 앵무새에 인간의 유전자와 결합되어 탄생된 휴먼지까지 그들의 이야기가 씨실 날실처럼 얽혀 작품은 유전공학의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내 눈길을 가장 끈 것은 백혈병을 고치려던 한 남자가 자신도 모르게 생체 실험을 당했고 병은 나았지만 그의 세포는 이미 그의 것이 아닌 세포를 산 한 회사의 것이라는 점이었다. 또한 그의 몸 속 세포와 그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자손손의 세포가 상품으로 자신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가 마치 그때를 떠오르게 해서 섬뜩했고 분노했다. 맨 앞에서 언급한 내 이야기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 이것이 이렇게도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말한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대세에 따라 법을 잘 만들어 과학자들이 정도를 지켜 실험하게 하자고. 맞는 말이다. 어느 제약회사 하나가 어떤 유전자를 소유해서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유전자에 대해 돈을 내야하고 병원이 치료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어 더 비싼 진료비를 내야만 병이 나을 수 있다는 모순을 줄여보자는 얘기 도 지지한다.

어찌하든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일일 테니까. 황우석 사태가 났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모든 유전공학과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모든 연구자와 학자를 매도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그들의 연구가 불치병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연구의 당위성과 인간의 존엄성에 기여하리라는 것도 분명하다. 부작용도 있겠지만. 그리고 치료제, 치료 방법은 개발이 되었는데 정작 돈이 없어 죽어야 한다면, 그 치료비가 상상을 초월한다면,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목숨을 잃고 있지만 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작가가 자료 조사도 많이 하고 너무 황당하게 쓰지 않아 쥬라기 공원보다 훨씬 읽기 좋았다. SF라기보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미래를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당장의 내일 일도 모르는 인간이. 이런 걱정과 우려, 기대에도 미래는 현재와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좋은 작품이었다. 기대 안하고 봤는데 정말 괜찮은 작품을 편견 때문에 읽지 않고 넘어갈 뻔 했다는 생각이 들어 반성 중이다.

NEXT, 이것은 미래에 대한 경고가 아니다. 바로 지금, 지금을 관통하는 경고의 이야기고 우려의 목소리다. 바로 이 책을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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