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존 카첸바크 지음, 나선숙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정신분석가에게 누군가 한 통의 편지를 보낸다. ‘자신이 누구인지 보름 안에 맞추면 살고 아니면 당신이 죽거나 당신의 친척 중 누군가가 죽게 될 것이다.’라고. 그리고 낯선 여자가 자신을 지옥문으로 안내하는 사람이라고 하며 그의 환자의 죽음을 예고한다. 또 다른 변호사는 그가 쌓아올린 정신분석가로서의 경력에 치명적인 재판을 하게 될 거라고 하고 그가 보유한 모든 은행 재산은 누군가에 의해 사라져 버렸고 그의 집은 물바다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가 도움을 청한 그의 예전 은사는 그에게 이상하리만치 매몰차게 대하고 시간은 점점 다가온다. 그는 그가 예전에 도움을 바라던 어떤 젊은 여인의 손길을 모른 척 했다는 사실을 찾아내고 그녀가 자살한 뒤 아이들이 입양되었다는 사실까지만 안 채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면 이 작품은 그야말로 시작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반격은 이제부터다. 정신 분석가는 자신이 불리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익명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누군가 나를 위협할 때 그 위협의 대상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 전세는 역전되었다. 이제 그는 모든 것을 되갚아줄 차례가 되었다.

작가의 작품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은 정신병 환자가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정신분석가가 주인공이다. 추리소설의 단골 캐릭터들이 이들일 것이다. 정신병을 앓는 사람과 정신과의사나 정신분석가. 이들의 추리 소설적 매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정신 그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데 있다. 그러니 환자든, 환자로 위장을 하는 사람이 등장을 하든, 아니면 그들을 치료하는 의사나 분석가가 등장을 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자에게 호기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이것뿐이라면 작품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살고 싶은 삶의 가치는 얼마인가? 에 대해 묻는 작품이다. 젊은 날 출세보다 어려움에 처해 뻔히 죽음이 보이는 환자를 외면한 것은 분명 죄다. 하지만 그것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것 또한 죄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몫만큼의 짐만을 짊어질 수 있다. 누군가는 더 많이 지고 누군가는 좀 적게 질 뿐 짐을 진다는 자체는 공평하다. 그 짐을 누군가 기꺼이 나눠 질 수는 있지만 대신 져 달라고는 할 수 없다. 이것은 삶의 규칙이자 정글의 법칙이다. 잔인하지만 인간이 산다는 건 제 몫의 짐을 잘 짊어지고 무사히 삶을 마치는 것이다. 누구도 그 몫을 간섭할 권리는 없다.

처음 시작의 뜬금없는 시작에 놀라고 두 번째 반격에 다시 한 번 긴박함과 스릴에 가슴 졸이고 마지막에 가서 그야말로 경악하게 되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어떻게 변하고 살기 위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존 카첸바크가 아마도 스릴러의 한 장을 장식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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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7-08-0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의 리뷰를 읽으면 책이 너무너무 읽고 싶어져요.ㅜ_ㅜ

물만두 2007-08-03 11:53   좋아요 0 | URL
감사한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