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수집가 1
자비네 티슬러 지음, 권혁준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어린 남자 아이들만을 납치해서 폭행하고 살해하는 살인범과 그로 인해 아이를 잃은 가정이 어떻게 무너지고 고통 받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사람을 잘 믿고 마음 놓고 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다른 미스터리 범죄 소설과 다른 점은 범인의 심리와 범인에게 붙잡힌 아이들의 심리,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심리를 똑같이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형에게만 사랑받고 자랐지만 그 형이 너무 일찍 병으로 죽는 바람에 어머니의 학대와 누이들의 무관심속에 자란 범인은 이런 일련의 행동 속에서 자신의 우월감, 존재감을 드러내고 나아가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지켜주지 못했던 사회에 앙갚음을 하고 있다. 그는 무려 일곱 명의 아이들을 몇 년에 한 번씩 납치하고 살인했지만 거의 이십여 년 동안 잡히지 않는 치밀함을 보인다. 그는 외적으로는 친절해보이고 잘생긴 남자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소박한 삶을 사는. 그래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그에게 잘 속아 넘어간다.

엄마, 아빠가 늘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말한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낯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말해줬지만 자신이 당하는 경우와 같은 점은 말해주지 않았다. 또한 어떻게 달아나야 하는지 그저 달아나라고만 말해줬지 정작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음을 아이는 자신이 죽는 순간 그래도 부모가 도와주고 신이 도와주리라 생각하는 와중에 그것을 깨닫는다.

부모는 자식이 사라진 뒤에, 자식은 자신의 죽음을 알게 된 뒤에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단지 같이 있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좋았다는 것을. 그리고 가족이 붕괴되고 세월이 흘러도 자식을 찾으려는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런 위험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형사조차도 그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단지 자신이 예전에 다룬 미해결 사건이 일어난 곳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곳이라고 휴가를 빙자해서 가족과 함께 살인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다니. 그것도 그 살인자가 노릴만한 아이가 자신의 아이 또래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것은 닥쳐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것의 반증이다. 말로만 조심을 외치고 경각심을 갖는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에게 일어나면 방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준다. 무엇이 문제인지 작품은 묻고 있다. 그것은 아이에 대한 사랑이다. 내 아이만을 위한 사랑이 아닌 모든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적어도 사랑을 받지 못해 범죄자가 된 아이에게서 내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사랑이 모든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범죄자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서 범죄를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하고 절대 변하지 않고 반성하지 못하는 자라면 이런 결말도 지지한다. 그것은 이미 모든 것을 잃고 자신마저 잃어버린 신조차 외면한 사람의 정당방위이므로.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작품이다. 범인을 잡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는 만큼. 그래서 다른 범죄 스릴러 작품과는 긴장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픽션이 아닌 논픽션에 가깝게 읽을 수 있었다. 범죄는 너무 쉽고 범죄자를 잡기는 너무 어렵다. 범죄가 불특정 다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건 그 목표가 바로 나와 나의 아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임을 알려주며 방심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이 끝까지 가슴 졸이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닝 만켈의 쿠르트 발란더가 등장하는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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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7-19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무서운 느낌이. 그런데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물만두 2007-07-19 12:41   좋아요 0 | URL
제목이 좀 그래서 그렇지 시사하는 점이 보통의 범죄 스릴러물과는 좀 다릅니다. 꼭 읽어보세요.

vond 2007-07-2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 할 책인거 같네요..우리 나라처럼 아동보호에 소홀한 나라도 없을 듯..게다가 우리나라처럼 아동 범죄에 대해 그 처벌이 솜방망이 같은 나라도 없을 듯..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요..내가 만약 아이를 낳는 다면 이 나라를 꼭 떠나리라는 생각이요!

물만두 2007-07-24 13:31   좋아요 0 | URL
그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집니다. 무엇보다 모든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