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컷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9
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킬러와 뇌물 받고 잘린 전직 형사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 이 작품은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추락한 인생들의 남루한 삶에 대한 악착같은 더부살이를 그리고 있다. 사건은 그들 사이를 공유하며 흐르지만 사건은 그들에게 스쳐 지남의 하나일 뿐이고 주목하게 되는 것은 킬러의 인생과 전직 형사의 인생이다.

 

마치 그들의 인생은 B급 영화처럼 극장에 걸렸다가 블록버스터에 밀려 며칠 못가고 간판을 내리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냥 엔딩에서의 컷 하는 감독의 외침에 그제야 만족감을 느끼는 유명배우 대신 그 컷 소리에 놀라 이제 또 어느 영화의 한 자리를 알아보나 하는 엑스트라의 심정을 느끼게 만든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추리소설에 왠 킬러? 무슨 뉴욕에 서울 찍고 중국까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 모양만 그럴듯하게 갖추고 독자를 뱅뱅 돌게 만드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중요한 건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더욱 마음에 든 것은 마지막까지 완벽한 한 방을 날리는 솜씨가 좋았다.

 

작품 속 인생들은 추락한 인생들이었지만 작가의 작품은 그 추락으로 빛났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로케이션에 힘쓰지 말고 주인공들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 그런 작품을 만들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좋은 영화도 될 것 같다.

 

좋았다. 단편에서는 사실 그다지 매력을 못 느끼던 작가였고 작품 초반은 약간 걱정을 하면서 보기도 했지만 뒤에서 더 빛나는 작품이었다. 이 작가에게 다시 한 번 한국 추리소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걸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