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소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3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썩은 과일도 한때는 싱싱한 과일이었다. 밑에서 썩어 파리가 꼬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 한 사람 한때 소중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 소중했기에 그 힘든 경쟁을 뚫고 태어난 것이다. 그 뒤의 삶이 뒤틀리고 일그러지고 깨지고 짓밟혀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고 해도 말이다.


사람들은, 특히 요즘 사람들은 ‘내’가 제일 중요하다. 내가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나와 관련된 것만이 제일이다. 나머지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많이 모인 세상에서 그 ‘내’가 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라는 사실을 알만도 한데 그걸 모른다. ‘내’가는 나에게만 존재하는 것인 줄 알고 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세상은 점점 가라앉는 것만 같다. 누구에게 희망이라는 말을 해주기도 미안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마코토가 오늘도 이케부크로웨스트게이트파크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팔며 무료로 힘없고 백 없는 이들을 도와준다. 뼈가 부러지는 노숙자들, 몸 파는 자유를 잃어버린 매춘부, 어떻게든 지역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새로운 지폐를 만들어낸 젊은 사장, 레이브 파티와 환각제에 미친 인간들과 꼬맹이까지...


어떤 사람은 도와줄 필요가 있는 지 생각이 들고, 어떤 내용은 약간 인종차별적인 느낌도 들지만 어디든 안 그러겠는가. 자기 구역에서는 똥개도 90프로는 먹고 들어가는 법인데. 가장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여자 복 없는 마코토도 희망을 갖는다. 그러니 누구나 희망 좀 가져보자. 썩어도 과일은 과일이고 그 과일이 썩어 어쩌면 더 좋은 거름이 되어 지금은 사라진 개천에서 용 나는 그런 세상을 다시 한 번 구경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니 용은 안 나와도 언젠가는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라도 가질 수 있기를 희망이라는 두 글자로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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