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밀리언셀러 클럽 58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백인 작가가 탄생시킨 흑인 탐정의 이야기다. 이런 작품의 결합이 또 있었다. 제임스 패터슨이 창조한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다. 하지만 두 작품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알렉스 크로스는 흑인이지만 매우 지적인 높은 학력을 가진 사람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알렉스 크로스가 흑인이라는 점을 빼면 다른 탐정소설과 다르지 않다. 그럼 이 작품은 어떤 면에서 다를까?

 

우선 시작이 다르다. 백인 경찰이 흑인 경찰을 죽인 사건의 재조사를 의뢰받고 전직 경찰이자 나이든 사립탐정인 데릭 스트레인지가 백인 형사 테리 퀸을 조사하면서 시작한다. 작품은 데릭 스트레인지의 조사와 테리 퀸의 생활, 그리고 마약업자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데릭은 퀸이 정당방위였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만약 그 경찰이 백인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총을 쏠 수 있었을까?” 이미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나왔던 얘기다. 백인이 깔리고 흑인이 총을 겨누고 있으면 사람들은, 특히 백인은 모두 흑인이 강도라고 생각한다. 이게 사실이고 흑인의 삶이다.

 

여기서 작가는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인정하지 말자가 아닌 차별도 인정하자를 말한다. 데릭과 테리가 서로를 좋아하는 것과 그들이 흑인과 백인임을 잊는 것은 다르다는 뜻이다. 작품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인종차별을 노골적으로 하는 사람도 나쁘지만 겉으로는 인종차별을 안 한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그것이 잠재되어 무의식중에 드러내는 사람이 더 나쁘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는 이런 문제를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게 얘기한다. 돌려 말하지 않는다. 흑인은 흑인이고 백인은 백인이다. 백인이 깜둥이를 싫어하는 것만큼 흑인도 흰둥이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인종이 등장한다. 백인과 흑인, 혼혈인, 스페인계... 그 사이에서 백인은 마치 우리가 저들을 품어준다는 식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 사실이다. 마치 적선하듯이. 그래서 테리도 혼혈인 여자와 사귀는 것이 결국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었음을 과시하려 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작품의 스토리가 간단하듯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간단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많은 작가들이 머리 굴리면서 치밀한 반전과 트릭으로 무장을 하고 나올 때 작가는 그런 모든 것을 빼고 인간 하나만을 들고 나왔다. 하드보일드라고 말해야 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매력 있다는 것이다. 데릭 스트레인지의 흑인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여자 친구 아들에게 가르칠 때 그것이 과장 없는 사실임을 알게 되고 테리가 한밤중에 창밖을 지나가는 흑인을 보고 맨 처음 한 생각도 역시 과장 없는 사실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작품을 보면 포 떼고 차 떼면 남는 게 별로 없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을 뗄 만한 것을 이미 작가가 떼고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는 편하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된다. 사실 세상에는 데릭 같은 탐정이 더 많을 것이고 테리 같은 젊은이가 많을 것이고 또한 손드라 같은 여자도 많을 테니까 말이다.

 

가장 솔직한 것이 가장 큰 감동을 주는 법이다. 너무 솔직해서 탈인 작품일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보아왔던 작품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라는 것을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크래쉬>라는 호평을 받은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를 쉽고 간단하게 표현한 소설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참에 고백해야겠다. 나도 인종차별주의자다. 아니라면 그것이 진짜 거짓말이다. 다만 테리처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겠다. 인종차별주의자끼리도 친구는 될 수 있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은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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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4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4-0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맛, 감사합니다. 황사에 햇볕에 조심하시고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