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흙 혹은 먹이
마이조 오타로 지음, 조은경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가정폭력이라는 것이 대물림된다는 것이 반드시 그렇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렇게 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폭력을 겪으며 자란 아이는 두 종류의 인간이 된다. 그 폭력을 그대로 답습해서 자신의 아이에게 그것을 그대로 되풀이하거나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서 자기 내부의 폭력성을 과도하게 억압하게 되는...

 

이런 두 사례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상황에서 똑같은 인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가정폭력이 어떤 형태로든 위험한 상처를 남기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이를 학대하는 아버지거나 어머니, 그것을 말리지 못하고 방관하는 아버지나 어머니, 그리고 당하기만 하는 형제나 반항하는 형제, 이들 모두에게 가정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따듯하고 사랑이 가득한 세상 밖에서 나를 지켜줄 단 하나의 위대하고 튼튼한 울타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세상 어디에서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작품은 한 가정의 폭력이 불러온 비극적인 환경과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 구타 사건을 보여주며 결국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인간은 죽어서 화장된 뒤 연기로 사라지거나, 매장된 뒤 흙으로 돌아가거나, 아주 운이 나쁘면 짐승의 먹이가 되어 사라지게 된다. 그것으로 인간의 한 생은 끝나는 것일까. 그 뒤에 아무 것도 남는 것은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인간은 왜 태어나고 왜 서로를 증오하고 억압하고 폭력을 휘둘러 상처를 주면서까지 사는 것일까. 왜 인간은 그런 고통을 겪은 뒤에도 다시 아이를 낳아 그것을 되풀이 하는 것일까. 미련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잊어버리기 때문일까.

 

아마도 그것은 그래도 인간에게 살아간다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 자식을 남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어서일 것이다. 장황한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더라도. 인간은 죽은 뒤 누군가의 추억 속에서 계속 회상되기도 한다고 하니까.

 

이 작가는 꼭 이렇다. 뭔가가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하고 잘 만든 것도 같고 별거 아닌 것도 같고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고 도대체 이 작가 정체가 뭐야??? 그게 더 궁금하다. 연거푸 단테를 책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아, 단테는 작가들을 위한 작가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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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는즐거움 2007-03-3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단테는 작가들을 위한 작가란 말인가...

의미심장하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시간나면 위의 만화책이나 읽어 봐야 겠네요.

물만두 2007-03-30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만화책 아니고 소설입니다^^

책읽기는즐거움 2007-03-3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위에 출판사(학산문화사(만화))를 보고 그 다음
위의 책 표지를 보고 저혼자 만화책이라고 규정해버렸내요.-_-;;;
글을 읽으면서 만화책치고는 내용이 좀 철학적으로 깊다고 이상했어요;;
하여튼 정정해주신거 감사합니다^^

물만두 2007-03-3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산에서 소설도 나온답니다^^ 이런 장르를 뭐라고 하던데 까묵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