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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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당신이 당신임을 증명하시오.‘ 라고 말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우선 신분증이 있고, 나를 확인해줄 가족과 친구와 이웃들이 있고, 지문도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외부적인 것들이다. 만약 누군가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어 서로 바뀌어도 아무도 모를 상황이 된다면 그들은 또 다른 나와 진짜 나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그것은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기억이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야만 생성되는 바위의 주름처럼 추억들이 나를 증명할 것이다. 그럼 그 시간들 속의 나는 진짜 나일까?

 

물론 주세 사라마구는 외향적인 것만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상식과 의식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두 인간을 보여주며 인간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자의식 없이 행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몰상식하다고 말할 수 있는 주인공의 편집광적인 모습과 그의 도플갱어가 보여주는 역시 우스꽝스러운 복수극은 인간이란 과연 이런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렇게 자신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당신의 모습이 과연 진짜 당신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느냐고 묻고 있다. 걸치고 있는 옷이라거나 얼굴에 붙인 수염이라거나 결혼의 유무를 가려주는 반지 자국 같은 것 말고 그 껍데기 속에 들어 있는 알몸 속에 들어 있는 고유의 자아에 대해서 말이다.

 

과연 우리는 그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내 안의 나를, 나를 구성하고 있는 저 밑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인식이라는 표시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나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내가 나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갖기 못한다면 그래서 내가 나를 대하듯 남에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한다면 그곳에 존재할 것은, 그리고 존재해야 하는 것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존재의 증명 그 자체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어떤 껍데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온전한 나 자신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 이것보다 껍데기에 의존하는 사회는 수많은 도플갱어를 양산하는 존재 무증명 사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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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0735 2007-03-0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잉.. 지금 예스 이벤트 하는데.. 사고 싶은 맘 간절하게 참고 있습니다. ㅠ.ㅠ
물만두님 역시..... 흥미롭게 읽으신 것 같아요.

물만두 2007-03-09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스카님 이해를 잘 못했어요 ㅜ.ㅜ

mind0735 2007-03-13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물만두님.. 죄송합니다. ㅠ.ㅠ

물만두 2007-03-13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스카님 죄송은요^^;;; 어렵기도 한거같도 아닌거 같기도 하고 암튼 저랑은 좀 안 맞는 것 같아서 모든 이름들만 읽고 사라마구는 접을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