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언덕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김미림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카나리아바라고 해. 십년쯤 되었는데, 구도라는 오너 쉐프겸 바텐더가 기가막힌 음식들을 내 놓지. 네 종류의 생맥주가 있는데, 도수가 센 것은와인 도수여서 언더락으로 마실 수도 있어. 


기타모리 고의 카나리아바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단편집은, 그래, 이 작가와 작품을 처음 접했던 '판타스틱'이던가 하는 미스터리 잡지가 있었는데, 그 잡지에서는 카나리아바라고 했는데, 이 '카'가 언제부턴가 '가'가 됨. 치탄다가 지탄다가 되고. 뭐, 그렇다는 이야기. 


다섯개의 단편이 있는데, 앞에 세개까지는 그냥저냥 읽다가 마지막 두 개는 진짜 몰입해서 읽었다. 

이 책에 나오는 미스터리는 사람을 죽이고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그 때 그 사람이 나한테 왜 그랬을까?' 기억 속의, 마음 속의 미스터리를 바텐더인 구도가 이야기를 듣고 사을 해결해주는 그런 일상의 미스터리이다. 


탐정 챈들러도 멋있지만, 쉐프이자 바텐더 탐정이라니 날 잡아잡수. 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한 페이지 건너 듣도 보도 못한 침샘을 자극하는 상상가능한 맛의 요리와 술이 나오기도 한다. 작가는 서른 다섯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여 마흔 여덟살에 죽었다. 마지막 두 편으로 살짝 격앙되어 있던 마음이 바로 뒤에 나오는 옮긴이의 말을 읽자마자 분탕되는 정보다. 작가 자신이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요리사이기도 했다. 


글을 쓰는,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쉐프라니. 엊그제, 책에 빠져있는 꽃쟁이 입니다.라고 나의 이상향을 이야기했는데, 열두배쯤 멋지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나리야바는 작가가 원하는 그런 바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적절한 가격에 음식이 맛있고, 술이 맛있으며 조용한 단골들이 있고, 친절한 주인장이 있는 그런 이상적인 맥주바 말이다. 


'반딧불 언덕'과 '고양이에게 보은을'  첫 두 작품이 별로 맘에 안 내켰던건 반딧불이랑 고양이가 불쌍해서 그렇다. 이 둘이 죽느냐? 뭐 죽을 수도 있고, 안 죽을 수도 있고. 여튼 이런 소재는 체질적으로 내게 비호감을 불러 일으키고..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뭔 장면인가 싶겠지만, 별 장면이 있는 건 아니다. .이야기 자체도 처음 3가지는 좀 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내 속이 어떻더라도 가나리야바가 좋은건 좋은거니깐. 놓칠 수는 없다. '두 얼굴'은 조금 복잡한 이야기. 인쇄회사에서 일핟다가 조기퇴직한 단골이 미스터리 소설가가 되는데, 실제의 이야기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섞여 나온다. 이야기속의 이야기도 흥미진진. 마지막 이야기인 '고켄'이라는 소주를 찾는 이야기는 이야기의 마무리와 잘 어울리는 이야기다. 여운도 길고, 진짜 당장 옷 걸치고 술 한 잔 하러 나가게 만들고 싶은 그런 여운. 


앞에 3개는 별로고 뒤에 2개는 좋았어. 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별 상관 없다. 가나리야바의 술과 안주는 언제나 모두 완벽하다.맘 놓고 마셔.. 아니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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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1-29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셰프이자 바텐더 탐정이라구요? 무조건 항복이네요^^;

하이드 2015-01-30 06:47   좋아요 0 | URL
네, 이야기는 무난한데, 가나리아바가 무지 강력해요 ㅎㅎ

수이 2015-01-3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이 땡기는걸요_ 이 글을 읽으니까;;; 아침부터;;;